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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강대강 대치, 인도주의 위기 가자지구…바이든 방문, 돌파구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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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방 주요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지상전 돌입과 확전을 막기 위해 나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16일 발표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어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를 포위하며 중동 지역으로 확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존 커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 이후 요르단으로 건너가 압둘라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으로 두 나라간 연대를 과시하는 동시에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등 친(親) 하마스 세력에 미국이 이스라엘의 뒤에 버티고 있음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한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상전 일촉즉발…인질이 변수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강대강 대치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거듭 공언했고,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대변인 아부 오바이다는 “점령자 이스라엘의 지상전 위협에 맞설 준비가 됐다”며 받아치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주변국으로 확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지원해온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7일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눈 범죄와 관련해 심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것으로, 이란이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수시간 내 선제적 조치를 경고한 바 있다.

양측 교전은 점차 격화되고 있다. 17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 관계자를 인용해 간밤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71명 숨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가자지구 내무부가 사망자를 49명으로 밝혔던 것에서 2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날 공습으로 하마스 수뇌부 오사마 마지니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군은 마지니가 하마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슈라 위원회의 수장으로 “포로들을 책임지고,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활동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하마스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마스 알카삼 여단은 성명을 통해 “이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표적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전날 밤 가자 시티 내 병원 2곳 근처와 하마스 군사본부 로켓 발사장 250여 곳 등을 폭격한 데 대한 보복이란 의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5일 기준 누적 사망자가 2670명, 부상자는 9600명으로, 이중 어린이는 4분의 1에 달한다. 이스라엘도 이날까지 사망자 수가 1500명 이상이라고 밝혀 양측에서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4000명을 넘어섰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 공습을 가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 공습을 가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양측이 억류 중인 다수의 인질이 보복 공격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6일 오바이다 대변인은 “가자지구에 200~250명의 인질이 있으며, 이중 200명은 알카삼 여단에서, 나머지 인원은 다른 파벌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추정한 199명보다 많은 숫자다.

하마스 고위급 간부 알리 바라케는 같은 날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인질을 확보하리라고 예상치 못했지만, 종이호랑이 같은 이스라엘군은 우리 앞에서 무너졌다”고 말했다. 하마스 측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인질로 추정되는 여성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인질들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인간 방패 혹은 협상 카드로 쓰려고 계획 납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표적 공격할 때마다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또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억류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이 각종 혐의를 씌워 구금한 팔레스타인인은 6000여 명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이스라엘이 2011년 팔레스타인에 5년 동안 억류됐던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릿 석방을 위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명과 교환한 적 있지만, 이번엔 하마스가 원하는 식의  교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 공습을 개시하며 납치한 여성 포로. 하마스는 16일(현지시간) 여성 포로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하마스 텔레그램 영상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 공습을 개시하며 납치한 여성 포로. 하마스는 16일(현지시간) 여성 포로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하마스 텔레그램 영상 캡처

EU, 가자지구 지원 늘려…美, 확전 방지 조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봉쇄된 가자지구는 기본적인 식량·물·의약품마저 구할 수 없는 '생지옥' 상황이다. 유엔은 가자지구 전역의 병원에 연료가 24시간 안에 바닥난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반입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 접경의 라파 검문소는 굳게 닫힌 상태다. 이에 가자지구에서 탈출하려는 수백 명의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가자지구를 위한 구호품을 실은 화물차들은 검문소 양측에서 계속 대기 중이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라파 통행로를 열어 구호품을 신속하게 가자지구로 반입하게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로 인도적 위기에 처한 민간인들을 위해 대피소 물품과 의약품, 위생 키트, 담요 등 유엔아동기금(UNICEF)의 구호품을 항공편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 민간인 지원을 2500만 유로(약 338억원)에서 7500만 유로(1070억여원)로 늘리기로 했다. EU 비회원국인 영국도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1000만 파운드(약 165억 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국은 확전 방지를 위한 조치로 이스라엘 근해에 병력 4000명으로 구성된 상륙준비단을 증파한다고 WP가 16일 보도했다. 미국은 앞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첫날 제럴드 포드호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근해로 보낸 데 이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도 이스라엘 근해로 출동시켰다. 미국은 중동 지역 공군기지에 전투기와 공격기도 증강 배치했다. WSJ은 미군이 중동에 파병할 병력 2000명을 선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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