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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이제 어덜트 버전입니다" 4년만에 무대오른 김동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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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가수 김동률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가 6회 진행됐다.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가수 김동률의 단독 콘서트 ‘멜로디(Melody)’가 6회 진행됐다.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취중진담’을 어린 시절처럼 짱짱하게 부르는 것이 좀 그래요. 그땐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나이 드니 술 먹고 전화하면 오히려 안 된다는 걸 알잖아요.”

농담처럼 관객들에 건넨 말에, 가수 김동률(49)의 음악에 대한 태도가 녹아 있었다. “어덜트(성인) 버전의 ‘취중진담’”이라고 소개한 무대는 탱고 버전의 편곡을 통해 그의 나잇대에 맞게 중후한 느낌으로 꾸며졌다. 1996년 MBC 대학가요제 무대 위 22살 앳된 김동률의 ‘취중진담’과 전혀 달랐다.

그는 “20대에 접한 노래는 당시 감성, 추억, 사람, 모든 것이 농축돼 있어 너무 특별하다. 오래 음악을 하다 보면, 어려서 히트시켰던 노래를 넘어서는 것이 참 어려운 숙제”라고 진솔하게 털어놨다. “어느 순간, 다 내려놓고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을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면서다.

4년 만의 단독 콘서트…“역대급 대중적인 플레이리스트” 

이날 공연에서 김동률은 엔딩곡 ‘기억의 습작’을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불렀다.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이날 공연에서 김동률은 엔딩곡 ‘기억의 습작’을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불렀다.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4년 만에 열린 김동률의 콘서트 '멜로디'(Melody)는 50대를 앞둔 그가 약 30년 간의 히트곡을 지금의 감성으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지난 7일부터 8일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KPSO돔(체조경기장)에서 6회에 걸쳐 열렸다. 총 6만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15일 마지막 무대에 오른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이 공연을 못 하게 되니, 4년이 길게 느껴지고 애틋했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공연 목록을 짤 때) 보통 제가 많이 불러서 지겨운 곡들, 히트곡들은 넣지 않는데, 이번엔 유독 그 곡들이 반갑고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라”라면서 “이번 공연은 역대급 대중적인 플레이리스트로, 김동률 하면 떠오르는 공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부터 ‘아이처럼’, ‘그게 나야’, ‘기억의 습작’ 등 히트곡들이 약 3시간 동안 쏟아진 이유다.

녹슬지 않은 김동률의 중저음에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연주가 더해져 곡마다 밀도 있는 무대가 완성됐다. 현악, 금관, 목관, 팀파니, 하프 등 23명의 연주자로 이뤄진 오케스트라는 김동률 노래의 서정성을 극대화했고, 8명의 멤버로 구성된 코러스팀은 무대를 더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곡의 색깔에 따라 클래식 기타, 전자 기타 등 주요 악기가 달라졌는데, 그때마다 무대 조명은 일일이 연주자를 비추며 관객들이 소리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왔다.

댄서 18명과 함께 꾸민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황금가면' 무대.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댄서 18명과 함께 꾸민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황금가면' 무대. 사진 뮤직팜엔터테인먼트.

이번 공연에서 처음 무대에 올린 곡들도 있었다. 2001년 발매된 정규 3집의 수록곡 ‘망각’은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의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그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아) 빛을 못 보는 곡들이 있다. 저에겐 아픈 손가락 같은 곡들이라 공연마다 ‘우리 애들 이렇게 예쁘다’하고 꺼내서 보여드린다”고 말하며 노래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황금가면’을 부를 땐, 이례적으로 댄서 18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제 노래 중 가장 빠른 곡”이라면서 “신나고 화려하게 표현했지만, 곡 발표 후엔 지인·동료들로부터 ‘많이 울었다’는 연락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받았던 곡”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 엔딩곡 ‘기억의 습작’은 단연 공연의 절정이었다. 1994년 그가 이끌었던 듀오 ‘전람회’의 정규 1집 타이틀곡으로, 작사·작곡 모두 김동률이 맡았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면서 또 다시 인기를 누렸다. 김동률의 피아노 독주로 시작한 노래는 후렴부로 갈수록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연주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그 꿈들 속으로 /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로 넘어가는 마지막 가사 부분에선 마치 꿈속인 양 아득해지는 무대 조명 연출로 관객들을 감탄케 했다.

여섯 차례의 콘서트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김동률은 “(대중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앞둔 그는 “항상 불안해하고, 그 불안함을 원동력 삼아 노력하겠다. 언젠가는 이 큰 공연장을 다 채우지 못할 날이 분명 오겠지만, 노력으로 그 날을 조금씩 뒤로 미루고 싶다”며 겸손하게 다짐했다. 그는 다음 달 피아니스트 정동환(멜로망스)과 함께 작업한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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