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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종부세 저항…더 들끓는 서민

중앙일보

입력

"버는 돈도 많지 않은데 집 하나 있다고 무슨 세금을 그리도 많이내라고 하나요? 누가 집값 올려 달라고 했나요. 전에는 그렇게 올리려고 해도 못했는데, (정부가)알아서 아파트값 올려놓고 세금을 이렇게도 많이 내라니.."(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집주인 김춘권씨(가명, 56))

"마누라 동원해서 집값 올려놓고 세금 좀 더 내니까 배 아픈가요? 강남 고가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오른 집값의 80%까지 세금을 거둬 들여야 합니다."(인천 주안동 B아파트 세입자 박재상씨(가명, 42))

27일 징수 절차가 개시된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싸고 전국이 이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종부세를 내야하는 집주인은 조세저항에 따른 반발을, 집없는 무주택자나 서민들은 이같은 반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종부세 징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측은 세금이 한꺼번에 몇 배씩 오른데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기에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인 봉급생활자는 물론 정년퇴직자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세금폭탄이 불가피했냐"라는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대상자 중 주택 보유자는 23만7000명(법인 제외)으로, 이 가운데 1주택자는 28.7%인 6만8000명에 이른다. 10명 중 3명 가량이 공시가격 6억원 이상 되는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고액의 세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도 불만이 많다. 이들은 특히 세부담을 견딜 수 없어 집을 팔려고해도 또다시 고율의 양도소득세가 버티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며 하소연한다.

이같은 종부세 대상자들의 불만은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시장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부세 도입 목적이 집값 잡기였지만, 결국 정책 실패로 집값은 급등했고, 투기꾼도 아닌 집주인이란 이유만으로 종부세 폭탄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조직적인 저항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주민 1600여명은 지난달 종부세 과세기준액을 9억원으로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서초구의회에 제출했다.

앞서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와 미도아파트 주민 6000여명도 지난달 초 종부세법 개정 청원서를 강남구의회에 냈으며 지난 5월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민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주민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종부세 부과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저항에 대해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집값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종부세도 자본주의 조세정책의 하나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모순 그 자체란 것이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도 이를 성토하는 관련 댓글이 수천건씩 달려있다.

야후코리아에서 sydleeya21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담합해서 집값 올려놓고 세금은 못내겠다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hun65a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종부세보다 재산세율을 조정하는 게 낫다'는 의견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는 다르다. 강남은 교육·문화 인프라 구축이 잘된 곳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곳에서 사는 주민들이 종부세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무주택자인 서울 성북동 한 주민은 "부동산으로 부자돼 많은 세금을 내는 것 자체가 애국자다. 열심히 일해 종부세 내려고 해도 못내는 사람들을 대신해 세금을 내줘 존경한다"며 비꼬았다.

종부세 과세에 대한 대표적 저항 근거인 이중과세와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의 위헌 소지 제기를 반박하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결혼 15년차로 아직 내집마련을 못하고 있다는 동작구 흑석동 한 주민은 "종부세 산출세액에서 과세 대상자가 이미 납부한 재산세를 차감한 후 (종부세를)부과하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지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평촌에 살고 있는 한 40대 직장인은 "부동산은 공동재산 성격이 매우 짙다는 점에서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린 부부가 함께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세대별 합산으로 과세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도 종부세 문제를 놓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김근태 의장과 이미경 부동산특위 위원장 등이 나서 최근 일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 등의 종부세 납부거부 움직임에 대해 '반사회적 행위'라며 저항을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당론을 확정짓지 못한 가운데 내부적인 견해차가 심한 상태다. 조세개혁특위의 경우 6억원 이상인 종부세 부과대상 기준을 9억원으로 상향하고 합산 과세에서 개별 과세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반면 부동산대책특위의 경우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이란 점에서 부과대상 기준을 조정하는 등의 완화 조치는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부동산특위는 28일 6차에 이어 오는 29일 최종 당론을 마련할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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