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北땅굴전술 쓸 듯"…이스라엘 '인질 구출작전'의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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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면 전쟁 양상이 대규모 공습에서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한 인질 구출 및 소탕작전으로 바뀔 것이란 서방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150여명으로 추정되는 인질과 가지지구 주민을 볼모로 삼아 이스라엘군의 진격을 차단하면서 땅굴망을 이용한 게릴라 전법과 시가전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푸마 장갑차(APC)가 일렬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푸마 장갑차(APC)가 일렬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또 이 과정에서 심리전에 능통한 양측 모두 갖가지 기만정보를 흘리는 등 ‘가짜뉴스 전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부 제거작전이 차질을 빚을 경우, 집집마다 일일이 수색에 나서야 하는 만큼 지상작전이 18개월 이상 길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병 위주 소탕작전 펼 듯"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3명의 이스라엘 방위군(IDF) 고위 장교를 인터뷰해 파악한 내용이라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시티를 점령하고 하마스 지도부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고 가자지구 침공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 13일 이스라엘군 정찰팀이 가자지구에 잠시 진입해 지상전 준비태세를 강화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포린폴리시(F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고 조밀한 구조의 가자지구 안에서 블록 단위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보도를 내놨다. 가자 지역 내부 정보가 월등한 하마스 게릴라를 상대로 전차 등을 동원한 전면전보다 보병 위주의 소규모 소탕작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근처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장갑차에서 내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근처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장갑차에서 내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중동담당 부차관보는 “하마스는 (가지지구 안에서) 병사 대 병사, 블록 대 블록 단위로 싸워야 할 것”이라며 “그 전에 이스라엘의 특수전 부대가 하마스 지도부 제거와 인질 구출을 위한 ‘외과적 공격(surgical strikes)’ 차원에서 먼저 투입될 수 있다”고 FP에 말했다. 외과적 공격은 마치 집도의가 메스로 환부만 도려내듯이 공격 목표 이외에는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는 특수작전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본격화하면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사전에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에 앞서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역 주민들에게 전단을 살포하며 소개령을 강화하고 있다. 필요 시 지상작전 과정에서 이스라엘 병력이 주민에게 피란을 경고할 수도 있다. FP는 “이스라엘이 현역 미 육군 병력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한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이같은 작전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도부 수색만 18개월 걸릴 수도"

관건은 공격 목표인 하마스 지도부 제거작전 등에 걸리는 시간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안보고문인 님로드 노빅은 NYT에 “일부 이스라엘 군사 및 정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군이 18개월 정도 일일이 집들을 수색하면서 체포 작전을 수행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속전속결로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마스의 인질극 역시 장기전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하마스는 매우 복잡한 가자지구 곳곳에 인질을 꼭꼭 숨겨두고 이스라엘이 전면 공격을 주저하게 만드는 전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지지자와 가족들이 14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중심부의 하키르야 이스라엘 군사기지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질들의 사진을 벽에 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지지자와 가족들이 14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중심부의 하키르야 이스라엘 군사기지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질들의 사진을 벽에 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하마스는 국제사회를 ‘이스라엘의 적’으로 돌리는 선전선동도 강화하고 있다. 14일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은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질 9명이 사망했다”며 “이 중 5명은 이스라엘인, 4명은 외국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들의 사망은) 포로들이 수감된 장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인형’을 마치 이스라엘 공습에 희생된 인질인 양 선전하려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시오니스트(이스라엘군 지칭)에 살해된 어린이의 장례식’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크게 다친 어린 소녀가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담겼는데, 인형을 인질로 둔갑시켰다. 하지만 네티즌의 눈썰미를 피하지 못하면서 선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하마스 측은 현재 이 선전물을 삭제한 상태다.

하마스가 인형을 폭격에 희생된 인질로 꾸민 가짜 영상을 유포했다가 조롱거리가 됐다. 사진 SNS 캡처

하마스가 인형을 폭격에 희생된 인질로 꾸민 가짜 영상을 유포했다가 조롱거리가 됐다. 사진 SNS 캡처

이와 관련, NYT는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모두 심리전에 능숙하다”며 “특히 인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협박과 정보 유출을 통해 심리전을 벌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서 배운 땅굴 전술로 배후 칠 수도

가자지구 안에선 하마스가 시가전을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마스는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철수한 이후 북한에서 전수한 땅굴 기술 등을 활용해 미로처럼 얽힌 지하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역시 이같은 지하에서 오랫동안 사전 준비하는 바람에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마스 조직원들이 땅굴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Debkafile 홈페이지 캡처

하마스 조직원들이 땅굴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Debkafile 홈페이지 캡처

하마스는 시가전에서 이런 땅굴망을 게릴라전 수단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 프랭크 맥킨지 전 미 중부사령관(예비역 해병대 4성 장군)은 FP와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땅굴망을 사용해 공격하는 IDF 병력의 배후에 침입하거나, 모든 방향으로 공격해 이스라엘이 (우세한 무장의) 이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를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멀로이 전 부차관보도 “하마스는 자신들이 통치하는 (가자지구란) 도시 정글에서 싸우는 데 매우 익숙하다”며 “IDF는 전진하면서 지뢰, 대전차 미사일, 드론 등으로 전차, 차량을 파괴하는 ‘킬존(kill zone)’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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