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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동전 속 이순신 '저작권료' 논란…세종대왕∙신사임당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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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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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이순신, 1만원 세종대왕, 5만원 신사임당….

화폐에 들어간 인물화가 주목받고 있다. 100원짜리 동전에 들어간 이순신 장군을 그린 화백의 후손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표준영정의 저작권료를 달라는 내용의 민사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표준영정은 선현(위인)의 영정이 난립하는 걸 막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뜻한다.

1983년부터 사용한 100원 동전 속 이순신 장군은 동양화가인 고(故) 월전 장우성(1912~2005) 화백이 그렸다. 장 화백은 1953년 충무공기념사업회 의뢰로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을 제작했다. 1975년에는 문화공보부 의뢰로 화폐 도안용 영정을 제작해 한국은행에 제공했다.

장 화백의 후손들이 밀린 저작권료를 달라며 2021년 10월 한국은행에 배상금 1억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선고한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1975년 이순신 화폐 영정을 만들 때 장 화백과 제작물공급계약을 맺고, 적정 금액인 150만원을 지급했다"는 한은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2007년 1월 새롭게 바뀐 1만원권과 1천원권 지폐.

2007년 1월 새롭게 바뀐 1만원권과 1천원권 지폐.

다른 화폐 속 위인들의 영정에도 역사와 사연이 깃들어 있다. 1000원권 지폐의 퇴계 이황은 현초 이유태(1916~1999) 화백이 그렸다. 화폐 속 퇴계 이황은 복건을 쓰고 있다. 생전 이황은 ‘불교 승려가 쓰는 고깔 같다’며 복건을 싫어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표준 영정의 이황은 마른 얼굴이었는데 한국은행은 좀 더 건강해 보이도록 수정해 화폐 영정으로 사용했다.

5000원권 지폐의 율곡 이이, 5만원권 지폐의 신사임당은 일랑 이종상(1938~) 화백의 그림이다. 서울대 회화과 출신 이종상 화백은 1977년 만36세에 율곡 이이 화폐 영정을, 2009년에는 신사임당 화폐 영정을 그려 최연소이자 최초의 모자(母子) 영정 화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화폐에 모자를 그린 건 한국이 유일하다.

5만원권 지폐

5만원권 지폐

1만원권 속 세종대왕은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의 작품이다. 1973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아 표준 영정을 그렸고 화폐 영정은 1975년 제작했다. 본래 예정된 만원권 도안은 석굴암 본존불이었다. 하지만 종교 편향성 논란이 일면서 세종대왕으로 교체됐다. 세종대왕은 과거 500환권(1961년 발행)과 1000환권(1960년 발행), 100원권(1965년 발행) 지폐 등에도 등장한 단골 모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00원권·5000원권·1만원권은 100원 동전과 마찬가지로 제작 당시 화폐 영정을 그린 화백에게 150만원을 지급했다. 화백이 고인이 된 경우에는 화백의 후손들에게 영정 사용 대가를 지불했다. 2009년 발행된 5만원권 속 신사임당은 일랑 이종상 화백이 그리긴 했지만, 스승인 이당 김은호(1982~1979) 화백의 신사임당 표준영정을 밑그림으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04년 김은호 화백 유족과 저작물이용계약을 맺고 신사임당 표준 영정을 사용하는 대가로 1200만원을 지급했다”며 “화폐 영정을 그린 이종상 화백에게는 2008년 제작비용 등으로 3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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