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동심으로 돌아간 中 20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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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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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반다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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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 세대가 ‘이것’을 위해 온라인 번개 모임을 열고 있다. 주최자가 SNS에서 참가자를 모집하면 참가자들이 인근 공원에서 모인다. 약 30명의 인원이 모두 모이면 핸드폰 앱을 사용해 ‘고양이 팀’과 ‘쥐 팀’을 나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주최자는 참가자들에게 룰을 설명한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단 세 명밖에 없지만, 고양이는 숨어있는 쥐를 잡습니다. 잡힌 쥐는 고양이가 되고, 자신의 팔찌를 넘겨줘야 합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가장 많은 팔찌를 얻어낸 사람이 ‘고양이 왕’이 됩니다.”

이들이 하는 것이 혹시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이냐고 묻는다면, 맞다. 이들이 하는 놀이는 중국판 숨바꼭질인 ‘둬마오마오(躲貓貓)’로, 어린 시절 안 해본 중국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국민 놀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20·30세대가 추억의 숨바꼭질을 즐기기 위해 번개 모임을 열고 있다.

어른들의 번개 모임에 숨바꼭질의 등장이라

중국 MZ세대는 실시간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 숨바꼭질을 즐긴다. 사진 zaker

중국 MZ세대는 실시간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 숨바꼭질을 즐긴다. 사진 zaker

다 큰 성인이 왜 숨바꼭질을 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릴 적 하던 숨바꼭질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실제 참가자의 후기다. 직장인 거야(戈婭) 씨는 중국 언론 매체 신커두(鋅刻度)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하던 놀이지만, 낯선 사람들과 이렇게 큰 장소에서 놀아본 적이 없는 데다가 지금은 핸드폰 위치 공유를 사용해서 놀기 때문에 더욱 짜릿하다”고 밝혔다. 게임 한 판이 끝나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할 정도라고.

‘숨바꼭질 번개’. 다소 낯선 조합이지만, 중국에서는 마니아만 즐기는 마이너 문화가 아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小紅書)에 ‘둬마오마오’ 관련 게시물은 25만 건이 넘었고,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抖音·TikTok)에서는 중국 젊은이들이 전국 각지의 공원에서 ‘둬마오마오’를 즐기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SNS에 '둬마오마오'를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게시글을 볼 수 있다. 사진 zaker

중국 SNS에 '둬마오마오'를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게시글을 볼 수 있다. 사진 zaker

이 중에서도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청두(成都) 등 중국 대도시의 젊은이들이 숨바꼭질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다. 치루완바오(齊魯晚報)의 조사에 따르면, 청두에서는 9월 중순부터 국경절 연휴(올해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까지 50회 이상의 숨바꼭질 번개 모임이 열렸을 정도다.

사실 이 숨바꼭질 번개 모임이 처음 등장한 건 올해 초다. 이렇게 빨리 중국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에게 오프라인 소셜 활동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중국에서는 낯선 이들끼리 온라인에서 모여 도시를 함께 산책하는 시티워크(城市漫遊·city walk)가 큰 인기를 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티워크가 다양하게 진화했는데, 함께 보드를 타거나 라이딩을 하는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이 추가됐다. 숨바꼭질 번개 모임 역시 시티워크의 새로운 변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전국 주정뱅이 지도’ 따라 걷는 中 술꾼 도시 청년들

'전국 주정뱅이 지도' 행사 홍보 포스터. 사진 샤오훙수

'전국 주정뱅이 지도' 행사 홍보 포스터. 사진 샤오훙수

지난 9월, ‘전국 주정뱅이 지도(全國酒鬼地圖)’가 샤오훙수에 등장했다. 샤오훙수와 중국 전역 120개의 크래프트 비어 펍이 협업한 이 ‘시티드링크(city drink)’ 캠페인에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했다. 시티드링크는한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해당 지역의 유명 펍을 '도장 깨기'하는 활동이다. 시티드링크 패키지는 충칭(重慶),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우한(武漢), 시안(西安), 톈진(天津) 등 여러 지역에서 판매 종료 이틀 전인 9월 26일 전부 조기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행사 참가비는 168위안(약 3만 1009원)으로 한 코스에 6개의 매장에서 제공하는 6잔의 술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부 매장은 무료 간식까지 제공한다. 도시마다 시티워크 거리가 다른데, 충칭은 3.5km, 베이징, 상하이, 선전은 약 6km의 도보 길을 걷는다. 시티드링크의 묘미는 음주나 걷기보다도 함께 하는 즐거움이다. 새로운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참가자들은 ‘내향인’ 또는 ‘외향인’ 팔찌를 받게 되는데, 잔뜩 오른 취기와 함께 내향인이 외향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숨바꼭질 참가비가 5000원? 中 시티워크 상업화 가속

시티드링크의 폭발적인 인기에 중국 각지의 선술집들은 유사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충칭에서는 무려 46개의 크래프트 비어 펍에 방문하거나 198위안(약 3만 6547원)으로 10잔의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등 다양한 시티드링크 행사가 열렸다. 청두, 린이(臨沂) 등 지역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생겨나고 있다.

중국 유명 술집 프랜차이즈 '헬렌스'. 사진 헬렌스

중국 유명 술집 프랜차이즈 '헬렌스'. 사진 헬렌스

이는 중국 ‘술집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기업 조사 기관 치차차(企查查)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 전역에 7855개의 술집이 새로 개업했으나 좋은 성과를 낸 곳은 극히 드물고, ‘술집 1등주’로 꼽히는 헬렌스(海倫司·Helens) 마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중국의 술집 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티드링크 열풍은 수많은 술집에 재기의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상업화하려는 움직임은 일부 소비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둬마오마오 번개 모임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최자는 게임을 진행하고, 참가자들에게 생수 한 병과 게임에 필요한 팔찌를 제공한다. 이때 참가비는 9.9위안(약 1827원)부터 29.9위안(약 5519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을 자랑한다.

최근 들어 점점 높아지는 둬마오마오 참가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샤오훙수에 ‘비영리적인 활동으로 돈 벌려고 하지 말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일부 주최자는 참가비를 15위안(약 2769 원)에서 18위안(약 3322원)으로 올렸다”며 “공원은 입장료가 없는데 무슨 근거로 이렇게 높은 비용을 받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급부상’ 시티워크의 전망은?

시티워크는 일상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힘든 젊은 세대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 시티드링크의 경우 사교적인 성격이 더욱 강하다. 여러 술집을 방문하며 도장을 찍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여러 번 마주치게 되고, 어느덧 다 함께 즐기면서 마무리한다. 이러한 활동은 형식적인 자리는 부담스럽지만, 소통과 교류에 목마른 중국 젊은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시티워크는 주로 소규모 단체들이 앞장서서 상업화하고 있다. 그래서 수익성이 낮고 일정 규모와 시스템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사교활동은 빠르게 인기를 얻는 만큼 빠르게 식는 특성이 있다.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프리스비 던지기’ 번개 모임도 현재는 SNS에서 자취를 감췄다. 상업적 성격이 점점 강해지는 시티워크가 빠른 트렌드 변화 속에서도 계속 사랑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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