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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일 없애라" 일자리 위협 받는 마케터에 뼈때린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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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회사 일을 충실하게 해야지, 인사 고과를 잘 받아야지' 하는 순간부터 나는 에버리지가 돼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거죠".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AI의 출현은 인류에게는 축복이지만 나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마케터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죠. 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마케팅 업무의 80%가 AI 기술로 자동화될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마케터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송 부사장은 "장르가 되어야 한다" 고 말합니다. 대체 불가한 나만의 스타일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AI 시대에는 근원적으로 당신은 누구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의 문제로 가기 때문"이죠. 빅데이터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송 부사장을 만나 AI 시대의 일과 마케팅의 미래에 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AI 시대의 마케팅’의 1화 중 일부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AWS코리아 서수영 엔터프라이즈 유통산업팀 리더(좌),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사진 폴인, 최지훈

인터뷰를 진행하는 AWS코리아 서수영 엔터프라이즈 유통산업팀 리더(좌),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사진 폴인, 최지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없애세요”

Q. 일을 없애라고요?

내 일을 AI가 대행하게 하는 거죠. 내 직업이 곧 ‘일을 없애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내 일은 안 없어집니다. 더 중요한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많은 분이 ‘챗GPT가 똑똑한 인턴 정도는 되더라’ 말씀하세요. 나보다 일을 못 하니, 경각심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능력 보다는 속도의 문제거든요. 당장 경쟁사에서 신제품을 내놓는다는데 김대리는 2주, 생성AI는 3시간 걸려 일해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무조건 생성AI를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어요. 또 하나. 내 일은 내가 없애지 않아도 누군가가 없애요. 그러니까 빨리 없앨수록 좋은 거예요. 이걸 우리는 혁신이라 부르죠. 혁신은 우아한 게 아니에요. 안 하면 내가 사라지는 거죠.

Q. 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마케팅 프로세스의 80%가 AI 기술로 자동화 될 것이라고요.

이미 2/4분기부터 미국 실업 요건에 AI가 들어갔어요. 해외뿐 아니라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도 카피라이팅, 이미지 작업을 AI 솔루션으로 대체하고 있고요. 이렇게 AI가 내 일을 없앤다면, 이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깊이 고민해야 해요.

"일을 없앨수록, 역설적으로 '내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진 폴인, 최지훈

"일을 없앨수록, 역설적으로 '내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진 폴인, 최지훈

Q.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최근 챗GPT로 책을 쓰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100권을 만들자 했는데, 금세 초과해서 150권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심지어 책을 이틀 만에 썼다는 사람들도 나왔고요. 그러면 독자는 앞으로 이런 생각을 할 거예요. 이 저자가 책을 처음 낸 게 언제지? 챗GPT 등장 이전인가, 이후인가? 이제 독자 눈에 ‘비포 챗GPT 저자’는 진짜로 보일 터지만, ‘애프터 챗GPT’ 저자들은 조금 더 사려 깊게 살펴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과 밀도를 가지고 그 책을 썼는지 의심하는 거죠.

근원적으로는 ‘당신은 누구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의 문제로 가는 겁니다. 유발 하라리가 ‘사람이 밀을 재배한 것이 아니라 밀이 사람을 이용했다’고 한 것처럼 자기만의 깊은 통찰이 있다면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아요. 하지만 누군가 “당신 책 37페이지의 내용이 무슨 뜻이죠?” 물었을 때 ‘그건 챗GPT가 쓴 건데…’라는 생각이 들면 경쟁력을 잃을 겁니다. 아무리 두꺼운 책을 써냈더라도요.

Q. 신간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장르가 돼라’고 하신 대목과 같은 이야기일까요?

맞아요. 누구나 장르가 있으면 살아남습니다. 간단히 말해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거거든요. 그게 확실하면 다른 사람은 나를 모사하는 게 되죠. 그렇지 않고 단순히 ‘회사 일을 충실하게 해야지, 인사 고과를 잘 받아야지’ 하는 순간부터 나는 에버리지가 돼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 되는 거죠.

장르를 만드는 법은 간단해요. ‘내가 장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됩니다. 그러니, 회사가 시키는 일만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웃음)

Q. 마케터로 한정하면 생성AI 기술은 기회와 위기 중 어느 쪽에 가까울지요.

진정한 브랜드를 가지고 널리 알리는 꿈을 가진 분들에게는 유토피아요. 그렇지 않고 실행 단계에만 머물고 있는 분들에게는 디스토피아겠죠.

넓게는 예전 방식의 관리를 본인의 업무라고 생각하시는 K 부장님은 디스토피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K 대리는 유토피아 아닐까요?

"혁신은 우아한 게 아니에요. 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지는 거죠" 사진 폴인, 최지훈

"혁신은 우아한 게 아니에요. 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지는 거죠" 사진 폴인, 최지훈

우리 브랜드의 진정성에 자신 있나요?

Q. 진정한 브랜드를 가진 마케터에게는 유토피아라니,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의 근원은 제품의 생산이 쉬워졌다는 거예요. 현재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만 개가 넘어요.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기업이 OEM, ODM을 해주거든요. 최근 나온 키워드는 OBM이에요. 브랜드도 만들어 줍니다. 여기에 생성 AI라는 강력한 툴까지 나왔어요. 앞으로 브랜드 수는 더욱 늘어날 겁니다.

문제는 개인이 인지할 수 있는 브랜드 수가 한정돼 있다는 거예요. 인지심리학자 밀러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7개 안팎의 숫자만 기억한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30개를 보여줘도 떠올리는 건 10개가 채 안 된다고 할 수 있죠. 그러면 고민되기 시작합니다. 우리 브랜드가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또 하나, 매체가 다양해졌어요. 아주 오래전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시청률이 80%에 달했습니다. 방영 시간엔 길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마케터는 이 프로그램에 광고하면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튜브 채널 수가 5천만 개에 달해요. 1만 개의 화장품 브랜드가 산술적으로 5천만 채널에 섞여 들어가게 된  거죠. 그렇다면 퍼포먼스 마케팅도 예전 같지 않겠죠.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도, 고객을 이해하기도 어려워졌으니까요.

Q.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하지만 어렵습니다. 제가 양말을 판다고 한번 가정해 볼게요. 공급이 적을 때는 아무 양말이나 잘 팔립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쟁자가 오죠. “어, 너는 폴리에스터 양말이네? 우리는 순면”. 이제 면양말이 더 잘 팔리기 시작해요. 그 옆에 또 등장하죠. “나는 오가닉 코튼” “나는 공정무역 오가닉 코튼”… 경쟁이 격화하면 어디까지 갈까요? 아마 카를 라거펠트가 디자인했다는 양말, 100년도 넘었다는 브랜드까지 나올 거예요. 어느 순간부터는 물질의 수준을 넘어가죠. 경쟁이 치열할수록 상위 계층의 의미를 가진 브랜드만이 살아남아요.

Q. 상위 계층의 의미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진정성을 포함한 브랜드의 의미, 철학이죠.

그러니까 ‘우리 제품은 왜 안 팔릴까?’를 고민하는 마케터라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근원적으로는 마케팅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 제품의 품질을 넘어선 브랜드의 '정신'이라는 부분을 간과한 건 아닐까? 진정성은 서로 쟁투하는 거라서,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휩쓸려 나가게 되거든요. 경쟁이 격화할수록 곧추서는 브랜드가 나오고요.

"경쟁이 격화할수록 곧추서는 브랜드가 나옵니다" 사진 폴인, 최지훈

"경쟁이 격화할수록 곧추서는 브랜드가 나옵니다" 사진 폴인, 최지훈

Q. 지금도 철학, 진정성을 내세운 브랜드가 많은데요.

더 하드코어한 진정성을 추구하게 될 거예요. 사람들은 끝까지 비교하고, 치열하게 분별하거든요. 예를 들어 비건 화장품인데, 포장지가 플라스틱이라면 바로 외면받습니다. ‘비건’이라는 키워드에는 지구를 위한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데,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포장은 일관성을 해치기 때문이죠.

더구나 이제는 개인의 전문성이 더 깊어졌어요. 생성 AI 툴 때문이죠. 이전까지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전문가 말을 들었어요. 자전거를 살 땐 자전거 엔진, 부품에 조예가 깊은 분들의 블로그 글을 찾아 읽었죠. 그런데 이제는 개인이 곧 전문가가 돼요. 생성 AI로 누구나 블로그 수천 개를 훑을 수 있으니까요.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는 툴을 가지게 된 겁니다. 그만큼 어떤 브랜드가 ‘진짜’인지 치열하게 분별할 거고요.

Q. 마케팅에 섣불리 활용하면 독이 될 수 있겠습니다.

언행일치가 안 되면 그만큼의 카르마(업보)를 쌓는 거예요. 그래서 마케터라면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전에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가 정말 그러한지요. 만약 그렇다고 생각되면, 일상의 삶을 조심하게 돼요. 사람은 말이 아닌 행동을 믿습니다. 그래서 삶의 표상과 행위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알리는 게 오히려 빚이 돼요.

예로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있죠. 이 브랜드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작년에 이본 쉬나드 창립자가 자기 지분 100%를 재단에 넘겼어요. 유명 매거진이 자신을 자산가로 분류했기 때문에요. 지분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환산해 ‘부자 랭킹’에 올린 거죠. 이걸 보고 이분이 화가 난 거예요. ‘나는 지구를 위해 일하는데, 나를 치부하는 사람으로 격하시켜?’ 그래서 가진 지분을 전부 넘겨버렸어요. 그럼 답이 나오죠. 우리가 어떻게 파타고니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생산은 앞으로 계속 쉬워질 거예요. 그렇기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생산의 우위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을 왜 하는지 고민하는 겁니다.

"마케터라면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전에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사진 폴인, 최지훈

"마케터라면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전에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사진 폴인, 최지훈

더 큰 문제는 이겁니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쏟아질 텐데, 우리 제품의 우위를 어떻게 설명하거나 인지시킬 수 있을까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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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송길영 부사장 "마케터라면, 행위가 아니라 차원을 높이세요" https://www.folin.co/article/5528
② 생성 AI 시대, 마케터가 해야 할 5가지 질문 https://www.folin.co/article/5527
③ "생성 AI, 마케팅 조직도 바꿨다" 제일기획이 본 마케팅의 미래 https://www.folin.co/article/5530
④ 전우성 브랜드 디렉터 "브랜딩,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 (10월 23일 발행 예정)
⑤ 틱톡코리아 브랜드전략 리더 "생성 AI 툴에서 인사이트 뽑아내려면" (10월 30일 발행 예정)
⑥ NNT 조경상 대표 "생성 AI시대 검색 광고 전략은" (10월 31일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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