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대·연남동은 손님 넘치는데…신촌 술집은 알바생뿐,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신촌·이대·혜화동 등 전통적인 대학가 상권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10일 이화여대 근처 거리의 가게들이 비어 있는 모습. 최선을 기자

신촌·이대·혜화동 등 전통적인 대학가 상권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10일 이화여대 근처 거리의 가게들이 비어 있는 모습. 최선을 기자

“오늘따라 한산하네요. 보통 이 시간이면 손님 3~4팀은 들어와야 하는데….”

10일 오후 7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술집엔 사장인 조성호씨와 아르바이트생 4명뿐이었다. 3년째 이 가게를 운영 중인 조씨는 “요즘 신촌은 올드한 느낌이 생겨서 외부인 유입이 적고, 근처 대학생도 가까운 홍대나 연남동으로 많이 빠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코로나19가 풀리자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이 늘었는데, 매출은 차이가 없다”며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를 만들어줘야 젊은이들이 신촌에 돌아올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요즘 대학가 상권이 울상이다. 상인들은 공공요금과 인건비, 식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못하다고 하소연한다. 대학생들이 그나마 지갑을 여는 곳은 학교 근처 대신 서울 홍대·성수 등 ‘핫플’로 바뀌고 있다.

폐업도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신촌·이대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로 서울 평균(5.8%)보다 높았다. 인근의 홍대·합정(7.8%)보다 높은 수치였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에는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대 정문에서 신촌 기차역까지 이어진 거리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 있었다. 이대 앞에서 25년 전부터 의류·잡화를 팔아 온 한상진(가명·58)씨는 “25년 전엔 이대가 제일 트렌디한 거리였고, 2010년대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쓸어 갔지만 지금은 아예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쪽 대명거리도 곳곳에 비어 있는 가게가 많았다. 이곳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장모(62)씨는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줄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어디 가서 노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성균관대 앞에서 만난 1학년 학생들은 “학교 앞은 공강 시간에 ‘밥 빨리 먹고 들어가자’ 할 때 들르는 곳”이라며 “사진 찍기 좋은 카페와 공방 같은 놀 거리가 많은 홍대로 주로 놀러 나간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 앞은 매력적인 거리가 아니다”며 “학생들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대학가 상권도 체험하고 즐길 거리를 늘리고, 감성 있고 쾌적한 거리로 재단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 홍대앞·성수동 등 핫플레이스의 카페뿐 아니라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신상품을 선보일 때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요소를 만드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은 2021년 오픈한 뒤 2년간 팝업스토어를 320회 이상 진행했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이다. 더현대 서울 팝업 제품 구매 고객 중 75%는 MZ세대이며, 연간 200만 명 이상의 추가 고객 유입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팝업을 운영할 때 포토존 등 체험할 거리는 필수다.

유행에 민감한 편의점도 인증샷을 부르는 ‘보기 좋은 먹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CU는 지난 8월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서울 연남동 ‘코코로카라’와 협업한 브레드 푸딩 2종을 선보였다. 이른바 ‘스뜨샷’(스푼으로 뜨는 인증샷)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특이한 모양과 눈에 띄는 패키지 등도 중요하게 고려하는 편”이라며 “MZ세대가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들 수 있는 특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