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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납치될까 걱정했다" 국민 192명 인천땅 밟는 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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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표정으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1층 B 게이트 앞을 서성이던 조현천(34)씨는 11일 오전 6시 20분쯤 아내와 딸이 게이트로 나오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 조씨는 딸을 안고 아내에게 “고생했다”며 짧은 인사를 건넸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천까지 11시간 비행을 마치고 남편을 만난 아내 김모씨는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김씨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시흥의 한 교회에서 단체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떠났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 7일엔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호수 인근에 머물고 있었다. 김씨는 당시 남편 조씨에게 “처음에는 평온했는데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박격포를 설치하려고 전차가 다닌다. 심각해 보인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조씨는 “비행기를 탔다고 했지만, 혹시 비행기가 납치되거나 하는 등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까지 걱정했다”며 “이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단기 체류 중이던 국민 일부가 귀국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마중 나온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다 돌아온 딸을 안고 있다. 뉴스1

이스라엘에 단기 체류 중이던 국민 일부가 귀국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마중 나온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다 돌아온 딸을 안고 있다. 뉴스1

여행 등 단기 체류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한국인 192명이 이날 오전 6시 8분 대한항공 KE958편을 타고 텔아비브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항공편은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뒤 텔아비브에서 처음으로 뜬 국적기다. 귀국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직접적 피해 없이 외교당국의 도움 등을 받아 무사히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 도착 10여분 뒤부터 게이트로 나오기 시작한 여행객들의 표정도 평온해 보였다.

이들은 체류 도중 접한 전쟁 소식에도 큰 동요 없이 안전하게 지냈다고 전했다. 제주 한 교회에서 성지순례를 떠났던 장정윤(62·여)씨는 “예루살렘에선 실제 포격 소리가 안 들렸고, 공습경보는 울렸는데 훈련 정도로 생각했지 이렇게 큰일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조준호(33·남)씨도 “한국에서 걱정된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저희는 괜찮았다”며 “상점들도 문닫고 장갑차가 많이 지나가긴 했지만 저희가 경계경보 발령된 지역은 안 갔고 그 이외 지역은 일상생활을 다 하고 있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흘 일정으로 떠났던 임모(60대·여)씨도 “60명이 여행을 갔는데 한국 뉴스 본 가족들의 연락을 받고 전쟁 사실을 알았다”며 “비행기가 지연돼 걱정했지만, 별다른 위험상황 없이 일정을 다 마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서 출발한 시민들이 1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서 출발한 시민들이 1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날 여행객들 일부는 여전히 현지에 일행이 남아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길원(70)씨는 “일행 31명 중 13명이 아직 현지에 남아있는데 정부에서 그분들을 빨리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 일행은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안을 수소문 중이다.

외교당국은 이스라엘 현지 체류 한국인 480여명 중 이날 귀국한 192명 외에 27명은 육로를 통해 요르단으로 이동했고 30여명은 12일 터키항공을 이용해 출국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은 230여명에 대해서도 출국을 안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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