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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축 아파트 7.5%, 라돈 초과…'몰래 환기' 건설사 측정 꼼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밀폐 상태로 라돈 수치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노웅래 의원실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밀폐 상태로 라돈 수치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노웅래 의원실

지난해 신축한 아파트 중 7.5%가 발암물질인 라돈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치를 충족한 아파트에서도 건설사가 측정한 수치보다 최대 4배의 라돈이 방출되는 등 측정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신축 공동주택 라돈 자가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한 1925가구 중 145가구(7.5%)에서 권고 기준인 148베크렐(Bq/㎥)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 라돈 기준을 초과한 가구의 비율은 2021년의 13.6%보다는 낮았지만,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기록한 3.6%와 2.3%보다는 두 배 이상 높았다.

권고 기준을 초과한 측정 지점이 1가구 이상인 아파트 단지는 총 41곳이었다. 건설사 별로는 롯데건설과 부영주택이 4개 단지로 가장 많았다. 디엘건설·삼정기업·서희건설·포스코이앤씨도 2개 단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이 방출됐다.

폐암 유발하고 뇌졸중 위험 높여

라돈은 국제보건기구(이하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자연 방사성 물질이다. 주로 토양이나 암석, 건축자재 등에 존재하는데 기체 상태로 호흡기에 침투해 폐암 등을 유발한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의 12.6%는 라돈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분석됐다. 라돈이 초미세먼지와 함께 노출되면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사망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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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라돈이 잇따라 검출되자 환경부는 2019년 7월 이후 사업계획이 승인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실내 라돈 권고 농도(밀폐 48시간 기준)를 200베크렐에서 148베크렐로 강화했다. 지난해 신축한 아파트 중에는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사업계획이 승인된 아파트 단지도 포함돼 있다.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라 신축 공동주택 시공사는 입주 7일 전까지 라돈 등의 공기질을 측정해 지방자치단체에 결과를 알리고, 환경부는 지자체로부터 결과를 보고받는다.

하지만, 라돈 수치가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별도의 제재를 하거나 재측정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없다. 기준 강화가 신축 아파트의 라돈 농도 감소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에 대해서는 권고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라돈 농도 신뢰도 의문…“몰래 환기 설비 틀기도”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라돈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문에 밀봉 스티커를 붙인 모습. 사진 노웅래 의원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라돈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문에 밀봉 스티커를 붙인 모습. 사진 노웅래 의원

건설사가 대행업체를 통해 측정한 라돈 수치의 신뢰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기준에 따라 실내에서 라돈 농도를 측정할 때에는 밀폐 상태에서 48시간 동안 측정한 뒤, 24시간은 환기 설비를 가동하면서 비교 측정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환경부에 보고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가구에서 환기할 때보다 밀폐된 상태일 때 오히려 라돈이 더 적게 검출되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들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라돈 측정업체 대표는 “라돈 평균 농도만으로는 밀폐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니 맹점을 이용해 몰래 원격으로 환기 설비를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대로 측정하면 라돈 기준치를 초과한 신축 아파트가 3분의 1은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웅래 의원실이 기준치를 충족한 A아파트와 B아파트에서 48시간 동안 라돈 농도를 측정한 결과, 건설사가 측정한 평균치의 2배에서 최대 4배에 이르는 라돈이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웅래 의원은 “더 정확하게 실내 라돈 측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뜯어고쳐야 한다”며 “환경부는 라돈이 왜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 및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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