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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 선거 8개월 남았는데…때이른 줄대기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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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 유인종(劉仁鍾)서울시교육감이 전체 직원들에게 "(교육감 후보자에게) 벌써부터 줄 서는 사람이 있다"며 "줄서는 공무원은 불이익을 받을 줄 알라"고 경고했다. 劉교육감은 이미 지난 주 간부회의에서 공무원들의 '줄서기'에 대해 한 차례 경고를 했다.

누가 출마할지, 심지어 선거일도 확정이 안된 채 8개월 정도 남아 있는 차기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공무원 사회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현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는 경남교육감 선거(12월 1일)에서도 출마 예정자와 그의 홍보를 맡은 지역교육청 관계자가 이미 검찰에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됐다. 현직 교육감의 입김이 사라진 상황에서 교육공무원들의 줄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줄대기 실태=자천.타천으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계 인사들은 대략 19명. 전직 교장 출신을 비롯해 현직 교육위원 등 다양하다. 현직 지역교육청 직원과 일선학교 일부 교장은 출마 예정자와 함께 초등.중등 등으로 편이 갈린다. 이들은 일선학교 교장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지지표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劉교육감이 최근 "교육장 몇 명이 근무시간에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불평을 털어놓은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벌써 후보자로 알려진 몇 명이 학연이나 지연을 통해 '식사나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득표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마 예정자 진영엔 '당선되면 ×××자리'를 조건으로 하는 줄대기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줄대기 하나=서울시교육감이 연간 4조원가량의 예산 가운데 임의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은 연간 무려 1천5백억원. 예산 편성권한이 전혀 없는 교육부총리와는 질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해마다 두 차례 전체 교원들의 인사를 주무르고 있다.

특히 내년 8월 중 선출될 새 교육감은 9월 정기인사에서 지역교육청 교육장 및 산하 기관장에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다. 현직 교육감은 9월 인사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기간 중 '섀도 캐비닛(모의 내각)'을 구성하고, 당선된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논공행상식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시 교육위 위원은 "4년 임기를 두 차례 채워 다음 선거에서 나올 수 없는 劉교육감은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조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며 "대신 새 교육감 후보에 대한 줄서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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