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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과 조깅하던 盧 한마디에…'청와대 미남불' 110년 비밀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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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명 '청와대 미남불'의 비밀을 추적한 임영애 동국대 교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일명 '청와대 미남불'의 비밀을 추적한 임영애 동국대 교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청와대 미남불’. 경내 관저 뒤쪽 언덕에 위엄 있게 가부좌하고 있는 불상의 별칭이다. 일제 조선총독 관저가 경무대로 바뀌고 다시 청와대가 돼 여러 대통령이 거치는 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청와대가 국민 품으로 돌아와 누적 관람객 400만 명(지난 8월 말 기준)이 찾으면서 존재감이 커지자 “청와대에 웬 불상이냐” 하는 항의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8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되면서 얻은 정식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하지만 미남석불이라는 별명은 1934년 신문기사(매일신보)에도 등장한다. 그만큼 희멀거니 잘 생겼다. 실은 이 수려한 생김새가 불상의 운명을 갈랐다. 1912년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内正毅, 1852~1919)가 경주를 순시했을 때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 미남불의 천년 거처를 바꿔놓았다.

“근데 이 불상이 어데서 왔지? 좀 알아보세요.” 동국대 문화재학과 임영애(60) 교수에 따르면 데라우치 총독 이후 근 100년 만에 미남불에 진지한 관심을 보인 최고권력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청와대의 비서실장을 할 때 두 사람은 조깅을 같이 즐겼는데, 어느날 아침 노 대통령이 어디서 온 불상인지 알아보라고 시킨 것. 훗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되살아난 이 프로젝트는 2017년 임 교수의 「일명 ‘청와대 불상’의 내력과 의미」라는 논문으로 귀결됐다.

임 교수가 밝혀낸 미남불의 천년 역사와 백년 여정은 우리 문화유산의 험난한 역사를 압축해 빼닮았다. 자칫 묻힐 뻔한 진짜 가치와 멋을 재발견해 오늘날 우리의 헤리티지(heritage)에 스토리텔링을 더해주는 이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더 헤리티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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