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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다시 '절세 묘수' 됐다…文 땐 '종부세 폭탄' 부른 공동명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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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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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절세의 무게 중심이 단독명의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다시 옮겨갔다. 공동명의는 주택 지분을 나눠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폭탄’을 피하는 데 오히려 불리했던 공동명의가 3년 만에 다시 유리해진 것이다.

공동명의가 종부세 절세 묘안으로 떠오른 것은 2009년이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종부세 과세방식이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공동명의이면 두 명이 모두 공제를 받기 때문에 단독명의보다 과세 기준 금액이 적다. 공동명의 공제금액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각 6억원씩 12억원이고 단독명의는 당초 6억원에서 추가 공제 3억원을 합친 9억원이었다.

한때 공동명의 더 불리했으나
특례 생기면서 다시 유리해져
증여세 공제는 16년째 6억원
경제현실 맞게 현실화 목소리

공제금액 상향 등으로 종부세양도세 절세에서 부부 공동명의가 단독명의보다 더욱 유리해졌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공제금액 상향 등으로 종부세양도세 절세에서 부부 공동명의가 단독명의보다 더욱 유리해졌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그해 초 6억원으로 늘어난 배우자 증여세 공제금액 확대가 공동명의에 날개를 달았다. 공제금액이 1996년부터 5억원이었다가 2002년 3억원으로 줄어든 뒤 6억원으로 올라갔다.

'절세 효자'된 단독명의 세액공제

2009년 이후 절세에서 공동명의가 절대적 우위였다. 2009년 초 11억5000만원에 대표적인 강남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를 공동명의로 구입한 C씨의 종부세 이력을 보자.

이 아파트 공시가격이 2018년까지 줄곧 12억원 이하여서 종부세 걱정이 없었다. 2016년부터 9억원이 넘었기 때문에 단독명의였다면 종부세를 내야 했다. 2019년부터 공시가격이 12억원을 넘어서며 공동명의도 세금 고지서를 받았는데, 2020년부터 단독명의가 유리해지기 시작해 다주택자 종부세가 대폭 강화된 2021년부터는 단독명의 쪽으로 확 기울었다. 공제금액은 공동명의가 더 많아도 단독명의 공제금액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늘면서 단독명의의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 확대(최대 70%→80%)가 '절세 효자'로 빛을 발한 것이다. 세액공제는 단독명의만 해당하고 공동명의엔 적용되지 않았다.

“공동명의도 한 세대가 집 한 채를 소유한 것으로 단독명의와 다를 게 없다”는 공동명의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2021년 공동명의도 한 명의 납세의무자를 정해 1주택자 특례를 신청하면 단독명의와 같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세청에 따르면 공동명의자 2만여명이 특례를 신청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단독명의와 공동명의 종부세 격차는 2022년 절정에 달했다. C씨 공시가격이 23억7800만원까지 올라갔고 공동명의 세금이 350만원이었다. 단독명의나 1주택자 특례로 세액공제 비율이 40% 이상이면 세금이 더 적었다. 70세 이상이고 10년 이상 보유해 세액공제를 최대 80% 받으면 세금이 120만원으로 공동명의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공제 18억 확대로 다시 공동명의 유리

그런데 올해 들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동명의 공제금액이 각 6억원에서 9억(총 18억)원으로 대폭 올라갔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단독명의 공제액도 12억원으로 1억원 늘었지만, 웬만한 고가주택도 공동명의로 공시가격에서 6억원 더 제외하는 게 단독명의나 1주택자 특례의 세액공제보다 세금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세액공제율 40%를 기준으로 1주택자 특례와 공동명의 세금이 공시가격 61억4000만원에서 갈린다. 이보다 공시가격이 낮으면 세액공제율이 40%가 넘어야 1주택자 특례가 낫다. 12억~20억5000만원에선 최대 80%까지 세액공제를 받아도 공동명의보다 세금이 많다. 국세청 관계자는 “1주택자 특례를 신청한 2만여명 중 1만6000여명의 공동명의 세금이 특례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공동명의가 주목받으면서 공동명의에 따르는 배우자 증여세의 공제금액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이후 16년째 6억원에 묶여 있는 동안 종부세만이 아니라 양도세 1주택자 비과세 금액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랐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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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공제금액을 10억원으로 올리는 관련 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개정안은 “물가·재산가치 상승으로 실질적인 공제 한도가 축소됐다”며 “공제금액을 현실화하고 부부가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데 불필요한 증여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작년 배우자 증여 평균 9억7000만원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2억원 초과 서울 아파트 거래 비율이 2008년 2%에 불과했으나 올해 28%다. 평균 거래금액이 4억원에서 10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2009년 12억원 이하이던 C씨의 반포자이 시세가 지금은 30억원이 넘는다. 국세청이 지난해 배우자 증여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증여금액 5억~10억원이 80%, 10~15억원 16%였다. 평균 증여금액이 9억7000만원이었다.

부부 공동명의는 준공 전 권리상태여서 취득세가 없는 분양권 상태에서 많이 이뤄진다. 지난해 이후 입주한 서울 강남 아파트,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과 하남시 감일지구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가구 중 6가구 정도가 공동명의로 나타났다.

그런데 분양가 상승으로 분양권 명의 변경에도 증여세 부담이 따르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국민 주택형인 전용 84㎡ 기준으로 올해 서울 민간아파트 일반분양분 4가구 중 한 가구가 12억원보다 비싸고 경기도 광명에서도 12억원을 넘기 시작했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청약과 당첨은 개인별로 진행하더라도 계약은 부부가 공동으로 체결하게 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분양권 배우자 증여는 전매제한 적용을 받지 않지만 증여금액이 6억원이 넘는 명의변경에는 증여세가 있다. 배우자가 경제적 능력이 있어 본인 돈으로 계약하면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이다. 정부는 부의 대물림 논란 속에 결혼자금 지원 명목으로 증여세 자녀 공제금액을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집을 나가는 자녀보다 함께 사는 ‘경제공동체’인 배우자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