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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좁다, 이제 올림픽이다…파리로 눈 돌린 황선우·우상혁

중앙일보

입력

수영 황선우(20·강원도청)와 육상 우상혁(27·용인시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이들이 진짜 날개를 펼칠 다음 무대는 내년 7월 열리는 파리 올림픽이다.

자유형 200m 금메달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황선우. 연합뉴스

자유형 200m 금메달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황선우. 연합뉴스

황선우는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0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답게 아시아 최강의 위상은 일단 확인했다. 중국의 쑨양이 2017년 작성한 아시아 기록(1분44초39)에도 단 0.01초 차로 접근했다. 키가 2m에 달하는 '거인' 쑨양의 기록을 1m87㎝의 황선우가 추월하기 일보 직전이다. 황선우는 "나에겐 앞으로 많은 레이스가 남았다. 올림픽 전까지 내 기록을 계속 줄여가다 보면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무대에서 남자 자유형 200m는 '춘추전국시대'다. 한끝 차로 메달색이 달라지거나 시상대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 일단 이 종목 세계 기록(1분42초97) 보유자인 '천재'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가 버티고 있다. 포포비치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1분44초70으로 황선우보다 0.30초 늦지만, 슬럼프를 탈출하면 단연 1순위 경계 대상이다.

세계선수권 금·은메달을 딴 매슈 리처즈(1분44초30)와 톰 딘(이상 영국·1분44초32),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판잔러(중국·1분44초65)도 파리에서 황선우를 위협할 라이벌이다. 23세인 딘을 제외하면, 모두 황선우와 나이가 같거나 한 살 어리다.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황선우. 연합뉴스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황선우. 연합뉴스

황선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분44초대 기록을 내면 메달권이었는데, 이제는 그 기록을 내는 선수가 너무 많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그래도 지난 2년간 정체 상태였던 200m 기록이 다시 조금씩 단축되고 있어 다행이다. 파리 올림픽까지 수영에 집중해서 계속 내 기록을 줄여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황선우는 18세였던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단숨에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47초56)에서 당시 아시아 기록과 세계주니어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웠다. 자유형 200m에선 한국 선수로는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결선에 올라 150m 지점까지 1위로 질주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최종 순위는 7위였지만, 그 레이스로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다.

파리 대회는 그 후 3년 만에 출전할 두 번째 올림픽이 된다. 도쿄에서 대형 유망주의 쇼케이스가 열렸다면, 파리에선 세계 정상에 오르는 대관식을 준비할 참이다. 그는 "내년 목표는 '1분43초대 진입'으로 잡았다. 이 기록에 도달해야 올림픽 메달이 따라올 것 같다"며 거듭 각오를 다졌다.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펼친 채 활짝 웃는 우상혁. 항저우=장진영 기자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펼친 채 활짝 웃는 우상혁. 항저우=장진영 기자

우상혁은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3을 넘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은메달이다. 동시에 그는 역대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3을 넘고도 우승하지 못한 두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첫 번째 선수는 9년 전 인천 대회의 장궈웨이(중국)였다. 그때도, 올해도 금메달은 2m35를 넘은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가져갔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로 써온 '선구자'다. 도쿄 올림픽에서 2m35를 넘어 세계 4위에 올랐다. 한국에도 세계 정상권에 접근한 육상 선수가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렸다. 올해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도 다시 2m35를 뛰어넘어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그러나 그가 세계 '정상권'이 아닌 '정상'에 오르려면, 바르심을 먼저 넘어야 한다. 바르심은 세계가 인정하는 현역 최강 점퍼다.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9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우상혁. 항저우=장진영 기자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9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우상혁. 항저우=장진영 기자

파리 올림픽 기준 기록은 2m33이다. 기록 인정 기간은 올해 7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다. 우상혁은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셈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새 원동력이 된다. 그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내게 가장 중요한 대회는 파리 올림픽"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선 메달까지 한 계단이 모자랐다. 파리에선 반드시 시상대 한 자리, 기왕이면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우상혁은 "파리에선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와 바르심이 나를 무서워하게 만들고 싶다"고 거듭 각오를 다졌다. 탬베리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1위에 오른 선수다. 바르심과 함께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들과 대결해야 하는 우상혁에게 아시안게임 은메달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그는 내년 7월 파리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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