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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당론 부결 후폭풍…대법원장·헌재소장 '초유의 동시공백'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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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에서 부결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야당의 정치 투쟁"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진은 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이도운 대변인. 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에서 부결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야당의 정치 투쟁"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진은 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이도운 대변인. 뉴스1

“수사 방탄에 이은 재판 방탄이다.”

“사법부에 ‘권력은 아직 민주당에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부결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8일 보인 반응이다. 부결 당일(6일) 이도운 대변인이 실명 브리핑에서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은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후임자 인선도 착수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임명동의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법부를 정상화할 후보자를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또 부결시킬지언정, 이균용 후보자 지명 당시 김대기 비서실장이 밝힌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서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후보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새 후보자 지명 시점은 유동적이다. 다만, 10일부터 27일까지 국정감사 기간이라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소집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새 후보자 지명과 인사청문회, 국회 본회의 표결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이달 말까지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인선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법원장은 1순위 후보가 낙마했으니, 2ㆍ3순위 후보자 중에 고르는 자리가 아니다”며 “원점에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장의 임무와 무게감을 고려할 때 사법부 안팎에서 신임이 두터운 인물일 수밖에 없어 인재풀 자체가 마냥 넓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내달 10일까지가 임기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자 인선과도 맞물려 있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후보자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하기 때문에 변수가 둘인 함수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이균용 후보자 임명 동의안 부결'을 정햇다. 사진은 6일 본희의에서 출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된 모습.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이균용 후보자 임명 동의안 부결'을 정햇다. 사진은 6일 본희의에서 출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된 모습. 김성룡 기자

상대적으로 헌재소장 후보는 단순해 보인다.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재판소법 12조 2항)는 규정에 따라 기존 후보군은 유남석 소장을 뺀 8명이다. 이들 중에 2018년 9월,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 몫으로 지명된 이종석 재판관,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을 제외한 6명은 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문형배ㆍ이미선)이거나 김명수 전 대법원장 추천(이은애ㆍ김형두ㆍ정정미), 또는 민주당 추천(김기영)이다. 일각에서 헌재소장 유력 후보로 이종석 재판관을 거론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2018년 10월 취임한 이종석 재판관의 임기(6년)는 내년 10월까지다. 헌재소장의 임기는 재판관 임기와 연동된다. 만약 그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헌재소장이 되더라도 1년 정도밖에 못 한다는 뜻이다. 재판관 연임은 가능하나, 헌재소장이 연임한 전례는 없다. 이런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몫인 유남석 소장의 후임으로 새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뒤, 연이어 그를 헌재소장 후보에 지명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후보자를 동시에 놓고 고민하는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이균용 후보자를 지명했던 지난 8월, 오석준 대법관과 함께 최종 단계까지 대법원장 후보로 검토됐던 소수 인사 중 한 명이었다. 그때 2020년에 대법관에서 물러난 조희대 성균관대 석좌교수도 후보로 검토됐으나, 57년생인 그가 대법원장이 될 경우 6년 임기를 마치기 전에 정년(70세)을 맞는 점이 부담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균용 후보자 지명 때도 윤 대통령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며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후보자 모두 지금 하마평과는 무관하게 최종 단계에서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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