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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남 후 첫 칸 레드카펫…송중기 '화란' 노개런티 파격 출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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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중기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관객과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배우 송중기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관객과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아이에게 떳떳한 아빠, 떳떳한 배우가 되자는 마음이 더 명징해졌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송중기

신작 ‘화란’(11일 개봉)과 함께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송중기(38)의 말이다.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 송중기’에서다. 이틀 전 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50년 관록의 홍콩 배우 저우룬파 ‘큰형님’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에 빗대 자신을 ‘(연기) 신생아’라 표현했다. 초심을 되새긴 겸손이었다.
2007년 SBS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으로 데뷔해, 17년 차를 맞는 그에게 올해는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해다. 결혼과 함께 득남하며 아버지가 됐다. 범죄 누아르 ‘화란’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

송중기 뜨자, 일본·우크라이나 한류 팬 총집결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부산영화제 관객 행사 '액터스 하우스: 송중기'에는 다국적 한류팬이 집결했다. 부산=나원정 기자

6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부산영화제 관객 행사 '액터스 하우스: 송중기'에는 다국적 한류팬이 집결했다. 부산=나원정 기자

‘액터스 하우스’는 부산영화제가 매해 주목받은 스타 배우들의 연기‧작품관을 1시간여 토크로 풀어내는 관객 행사다. 배우 윤여정·한효주,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와 나란히 선정된 송중기는 “(부산영화제도) 오랜만에 영화로 오게 됐다. 요즘 한국영화 상황이 어렵다 보니 더 의미 있다”고 초청 소감을 밝혔다.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화제작 ‘승리호’(2021),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2022), tvN 드라마 ‘빈센조’(2021) 등의 한류스타 송중기가 뜨자, 우크라이나‧일본 등 다국적 팬들도 부산에 집결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은 “액터스 하우스를 해온 3년간 가장 관객이 많다”고 했다.

12년 전 '늑대소년' 송중기 "나이 많이 먹었네요" 

영화 '늑대소년'. 사진 CJ ENM

영화 '늑대소년'. 사진 CJ ENM

송중기의 스크린 출세작 ‘늑대인간’이 처음 베일을 벗은 곳이 12년전 부산영화제였다. 우주 모험영화 ‘승리호’로 다시 뭉친 조성희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신인 송중기의 첫 국제영화제 방문이었다.
“저, 나이 많이 먹었네요”라고 격세지감을 표한 송중기는 “당시 (박)보영씨나 저나 감독님 모두 신인이어서 관객석이 안 차면 어떡하지 그랬는데 오늘처럼 계단까지 꽉 찼다. 철수(송중기 캐릭터)가 울 때 같이 울어주고 귀엽다고 해주시는 반응에 소름이 돋았다”며 “아직도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고 돌이켰다.
KBS2 ‘성균관 스캔들’(2010), SBS ‘뿌리깊은 나무’(2011) 등 사극드라마로 주목받던 송중기가 야생에서 늑대처럼 자란 소년 철수가 되어 한 소녀(박보영)를 향한 순애보 연기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관객 706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멜로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이 작품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사실 처음에 거절했다. 드라마에서 막 주인공을 맡기 시작해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근데 (철수 역은) 대사도 없는데 왜 주셨지 건방진 생각을 했다”면서 “두 달 후 다시 대본을 보곤 소름이 돋았다”고 출연 비화를 밝혔다.
촬영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눈짓‧행동이 중요한 과묵한 역할이다 보니 대사가 많은 역할보다 수월할 거란 예상은 오산이었단다.
“표현하고 싶은데 대사가 없으니까 하면 할수록 손발이 묶인 기분이었다”는 송중기는 “몇 달간 동물원도 가고 강아지를 보며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하며 트레이닝했다”고 했다. “상대 배우 연기를 잘 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 되짚었다.

"건달영화? '화란'은 같은 아픔 청년들의 멜로"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발’(F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어 브라이터 투모로우(A Brighter Tomorrow)’ 시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영화 ‘화란’의 김창훈 감독과 배우 김형서(비비), 송중기, 홍사빈이 레드 카펫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발’(F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어 브라이터 투모로우(A Brighter Tomorrow)’ 시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영화 ‘화란’의 김창훈 감독과 배우 김형서(비비), 송중기, 홍사빈이 레드 카펫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이후 송중기는 '유시진 대위 앓이'를 낳은 KBS2 밀리터리 로맨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로 아시아 시장에서 역대 한류 드라마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2017) 등으로 영화 주연급에 올라섰다.
김창훈 감독의 저예산 장편 데뷔작 ‘화란’으론 ‘칸 영화제 데뷔’란 새 기록을 썼다. 드라마에서 회당 억대 출연료를 받아온 송중기가 노개런티란 파격적 조건으로 출연했다.
같은 아픔을 가진 18살 소년 연규(홍사빈)와 조직 중간보스 치건(송중기)의 이야기에 매료돼서다. “가정폭력이란 공통점을 가진 두 청년이 써내려가는, 약간의 멜로”라 설명한 송중기는 “잔인한 장면이 많은 건달영화라 보셔도 자유지만, 또 다른 면도 많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승리호’에 이어 ‘기성세대’를 연기한 작품이다. 어느새 연륜이 쌓였지만, 여전히 앳된 그의 외모가 치건의 끝나지 않는 방황을 드러낸다. 선 굵은 장르연기에 걸맞는 이미지를 원한 적은 없을까.
송중기는 “남과 저를 비교한 시기가 있는데 부질없음을 느끼고 그만뒀다”면서 “부모님이 주신 겉과 속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사한다. 배우로서 오히려 부족함이 많은데 도움 되겠지 라고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트리플' 놓칠뻔, '늑대소년' 거절할뻔해

초등학교 때부터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하며 국가대표를 꿈꿨던 그는 고등학교 때 운동을 그만두고 새롭게 배우의 길에 눈떴다. 당시만 해도 부모님의 반대에, 자신도 괜한 뜬구름, 허세인가 싶어 반신반의했단다.
대학에 가 군입대를 앞두고 보조출연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며 진심을 확인했다. ‘칼잡이 오수정’에서 ‘기자3’ 단역으로 대사 한마디 해 칭찬받은 기억은 두고두고 응원이 됐다.
빙상 스포츠를 그린 MBC 드라마 ‘트리플’(2009) 배역을 놓칠 뻔한 일도 교훈이 됐다. “감독님 첫 미팅 때 대사를 진짜 못 읽었나 봐요. 한 달 뒤에 다시 연락이 와 최종 합류할 수 있었죠.” 그가 빙긋 웃었다.

송중기 주연 느와르 영화 '화란'은 영화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송중기 주연 느와르 영화 '화란'은 영화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데뷔 초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섰단다. 그런 점에서 가장 어려웠던 역할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한석규)의 청년 시절 이도 역.
“위대한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감에, 자라서 한석규 선배님이 돼야 하는 역할이어서 망치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저를 짓눌렀다”고 했다.

송중기 "다음 세대에 좋은 세상 물려줘야"

배우 송중기가 팬카페를 통해 공개한 아기 사진. 연합뉴스

배우 송중기가 팬카페를 통해 공개한 아기 사진. 연합뉴스

영향력 있는 주연급 스타로 올라선 뒤엔 배우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했다. 아버지가 된 것도 이런 결심에 한몫했다.
“‘화란’을 보면서도 어른이 좋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지 않나, 생각했죠. 오지랖이라 할 수도 있지만, 많은 분이 지켜봐 주는 배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공지능(AI)‧컴퓨터그래픽(CG) 등 과학기술 발달로 연기 장르도 넓어진 시대다. 할리우드 SF ‘듄’(2021)을 보고 “가슴이 쿵쾅거렸다”는 그는 그럼에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연 영화 ‘보고타’가 해외 촬영 중 중단됐을 때도 거듭 느꼈단다. “영화를 못 마칠까 봐 무서웠지만, 어떤 위기도 사람들의 진심이 있으면 해결 못 할 게 없더라”면서다.
“책임질 줄 알고 비겁하지 않은 배우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미소년에서 어느덧 아버지가 된 그의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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