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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과 달랐던 남북...'동메달' 체면 지킨 여자농구, 北 완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둔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 연합뉴스

동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둔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 연합뉴스

한국 여자 농구가 리턴매치로 열린 남북 대결에서 승리하고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내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선민(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은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3위 결정전에서 북한을 93-63으로 완파했다. 지난달 29일 조별리그에서 북한을 81-62로 이겼던 한국은 6일 만에 펼친 재대결도 30점 차 대승으로 장식했다. 간판 센터 박지수가 25득점 10리바운드,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캡틴' 김단비(33)가 21득점 6리바운드를 몰아쳤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김단비. 마지막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뉴스1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김단비. 마지막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뉴스1

2006 도하 아시안게임(4위) 이후 17년 만의 '노메달' 위기였던 한국은 동메달을 획득하며 체면을 지켰다. 한국은 2010 광저우(은메달), 2014 인천(금메달) 그리고 코리아(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은메달) 아시안게임까지, 3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다. 한국은 또 1974년 여자 농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2006년 도하 대회를 빼고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북한 여자 농구는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남북 단일팀을 제외하고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에서 최고 성적 타이인 4위(1974·1982·2022년)에 만족해야 했다.

1974년 시작된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에서 처음으로 북한과 메달을 놓고 격돌한 한국은 1쿼터 북한의 2003년생 2m5㎝ 센터 박진아에게 8점을 내주며 15-21로 밀렸다. 하지만 2쿼터에 박지수를 중심으로 공격을 펼쳐 전반 종료 4분 전 30-27로 역전했고, 40-33으로 점수 차를 더 벌린 채로 전반전을 마쳤다. 박지수는 전반에만 19점 6리바운드를 몰아쳤다. 한국은 3쿼터에 김단비에 외곽포를 앞세워 61-44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김단비는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포함해 13점을 터뜨렸다. 4쿼터 첫 득점을 이소희(23)의 외곽포로 따내 64-44, 20점 차를 만든 한국은 이후 점수 차를 더 벌리며 승리를 확정했다.

한국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킨 간판 센터 박지수(가운데). 연합뉴스

한국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킨 간판 센터 박지수(가운데). 연합뉴스

북한에선 센터 박진아가 27득점 9리바운드,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당시 남북 단일팀 멤버였던 북한의 주장 로숙영은 20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합작한 남북 선수들은 조별리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서로 말 한마디 안 하는 냉랭한 분위기에서 뛰었다. 정선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에게 동메달도 가치 있다. 동메달을 따기 위해 하나가 돼 이겨보자고 했다"면서 "선수단 전체가 너무 잘 뛰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동메달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감동적인 경기"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메달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왼쪽). 연합뉴스

동메달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왼쪽). 연합뉴스

'남북 대결에 대한 마음가짐이 특별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 감독은 "남북 대결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동메달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면서 "1쿼터 초반에 (북한의 공격에) 밀렸는데, 우리 선수들에게 '수비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주문했다. 선수들이 역량이 좋아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베테랑 이경은(36)은 "아쉬운 점도 많지만, 결과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서 행복하다"며 감격한 듯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 농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 정상권과의 실력 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58-81로 완패했다. 시종일관 일본에 끌려다 이렇다 할 반격 한 번 못해 보고 무릎을 꿇었다. 정선민 감독은 "앞으로 한국 농구가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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