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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의장 해임에 놀란 한국 정치권…“개딸·태극기와 닮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대통령·부통령에 이어 권력서열 3위인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전격 해임이 한국 정치권에서도 화제다. 234년 미국 의회 역사에서 하원의장이 해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해임결의안 가결 직후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AP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해임결의안 가결 직후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AP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5일 MBC 라디오에서 “(사실상) 8명의 강성 보수 지지자들이 해임시켰다”며 “강성 정치가 어떤 결과로 오는가를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208명) 전원 찬성에 공화당 강경파 의원 8명이 가세한 결과다. 같은 당 소속인 매카시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8명은 공화당 내에서도 극단적으로 강경한 우익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회원들로 분류된다. 이들은 매카시 의장이 지난달 30일 ‘셧다운’(연방정부 기능 마비)을 막기 위해 임시예산안을 처리한 것에 반발해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박 전 원장은 “분열의 정치”라며 “(미국 민주주의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프리덤 코커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트럼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됐든 (내년 11월 대선에서)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나 공화당 대통령 후보나 이변이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에서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원이 프리덤 코커스에 딱 꼼짝달싹을 못 하고 볼모가 됐다”며 “미국 민주주의도 극단으로 가는구나(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SNS 때문에 이런 민주주의의 위기가 왔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 극성지지층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를 언급했다.

조 의원은 “MAGA는 레거시 미디어보다는 유튜브 등 SNS 알고리즘에 중독돼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고 완전히 매몰돼있다”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쪽도 우리 민주당 쪽도 유튜버들이 존재하고, 이해찬 전 대표 같은 분들은 신문·방송 보지 말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민주당하고 많이 닮아있던 모습이 아니냐’고 묻자 조 의원은 “옛날에 태극기 부대는 안 그랬냐”고 답했다. ‘개딸’과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거대 양당의 극단적 팬덤 정치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 과잉의 시대”라며 “소수 강경파가 강성 지지층에 기대 다수 온건파를 압박하는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고선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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