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여야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법원장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있어야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며, 국회 가결 없이는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없다. 6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168석 민주당의 찬반 입장에 따라 임명 여부가 갈린다.
민주당의 찬반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으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질지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비공개회의에서 “인사 투표는 원래 자유투표다” “당론으로 정하면 민주당 전체의 선택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론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민주당 내 여론은 이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용진 간사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전 각 의원실에 친전을 보내 ▶부도덕한 개인과 가족의 비위 의혹 ▶가족회사를 이용한 불투명한 재산 형성 ▶시대에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 등 9가지로 열거하며 “간곡하고도 단호히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지금 정부·여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없다. 야당 대표와는 대화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래놓고 ‘가결해 달라’고 말하는 건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일 본회의 직전 (부결)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비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부터 이틀간 야당 의원실마다 60여 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전달하고 간부들이 일일이 야당 의원을 찾아 가결을 호소하는 ‘읍소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기류를 “절대적 의석수를 무기로 한 힘자랑”이라며 “헌정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장기 공백이 민주당이 말하는 민생인가”라고 지적했다. 6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래 첫 대법원장 낙마 사례가 된다.
취임 후 처음 의총을 주재한 홍 원내대표는 “추석 민심을 요약하면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선, 독주에 국민이 확실히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 (국정조사) 패스트트랙을 6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새 원내지도부 출범 뒤 정부·여당을 겨냥한 강경 기조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의총에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관련 여진도 이어졌다. 비공개회의에선 지난달 21일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2선 후퇴’를 제안했다는 의혹을 두고 자유토론이 있었다. 의혹을 제기한 김정호 의원은 “각각 대상에 확인하지 않고 말했다”며 사과했고, 김영진 당 대표 정무실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주일째 녹색병원에서 입원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리해서 친명·비명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는 어렵다”며 “대표는 당 내부 사정에는 따로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강성 지지자를) 자중시켜야 하는데, 그런 적극적인 모습을 안 보인다. 오히려 즐기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