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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한판붙자” 스타트업 토종반도체 도전…대기업이 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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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녹원 딥엑스 대표와 윤일용 포스코DX 상무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딥엑스 본사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녹원 딥엑스 대표와 윤일용 포스코DX 상무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딥엑스 본사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공장의 사람을 모두 대체할 수 있지만, 아직은 인건비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저렴해 그렇게 못하고 있어요. 반도체가 사람보다 비싸서 사람이 일을 한다? 참 슬픈 얘기잖아요. 가격은 20분의 1, 전력소모는 60분의 1 수준인 ‘껌 사이즈’의 제품(DX-M1)으로 엔비디아가 못해낸 일을 해내겠습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의 말이다. 이에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그룹 상무는 “현재 딥엑스의 제품을 포스코DX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인 ‘포스마스터’에 적용해 AI 공장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자동화가 불가능했던 분야까지 모두 자동화 시키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토종 AI 반도체’로 ‘토종 스마트팩토리’ 기술 개발에 함께 나서고 있는 두 사람을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딥엑스 본사에서 만났다. 애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수석연구원 출신인 김 대표는 2018년 AI반도체 팹리스(설계기업) 딥엑스를 창업했다.

딥엑스는 AI용 신경처리망장치(NPU) 4개 제품군(연산성능순으로 L1·L2·M1·H1)을 개발했다. 현재 포스코DX와 실증 중인 M1·H1은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으로, L1·L2는 각각 28㎚·14㎚ 공정이 활용됐다.

윤일용 포스코DX 상무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스코DX 본사에서 딥엑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기반으로 구현한 물류 이동 시스템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판교=고석현 기자

윤일용 포스코DX 상무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스코DX 본사에서 딥엑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기반으로 구현한 물류 이동 시스템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판교=고석현 기자

딥엑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기반으로 구현한 물류 이동 시스템. 판교=고석현 기자

딥엑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기반으로 구현한 물류 이동 시스템. 판교=고석현 기자

딥엑스를 왜 창업했나

▶김 대표 = “애플에서 AP를 개발하며 ‘향후엔 와이파이 쓰듯 AI를 쓸것’이라 생각했고, 2016년 사내에 ‘AI 반도체를 만들어 전세계에 판매하자’는 사업계획서를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세트 제품에 주력하는 애플의 콘셉트와 맞지 않다’고 거절 당했다. 그래서 AI 기술을 모든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AI 반도체 민주화’를 목표로 창업했다. AI를, 필요한 모든 디바이스에 다 넣을수 있도록 단가를 저렴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스마트팩토리에 AI가 필요한 이유는

▶윤 상무 = “제철소 창고엔 모양이 정형화돼있지 않아 사람이 크레인으로 옮길 수 밖에 없는 철강재가 많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이를 자동화 할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선 비전 인식과 해석, 기기 제어가 동시에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포항·광양제철소에선 폐쇄회로(CC)TV·로봇·센서 등으로부터 매일 천문학적으로 많은 데이터가 생산된다. 사람이 이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하고 의사결정 하는 건 불가능한데 AI는 가능하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딥엑스 본사에서 자체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M1(왼쪽)과 H1(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딥엑스 본사에서 자체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M1(왼쪽)과 H1(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NPU와 GPU의 차이와 장점을 설명해달라

▶김 대표 =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차 등에서 중요한 건 연산 속도다.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 연산을 하면 통신 속도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고, 통신이 끊기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때문에 디바이스가 AI 연산을 혼자 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GPU는 서버 등에서 모든 연산을 다 하도록 만든 제품이고, NPU는 엣지 디바이스(사람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기기, 사람이 사용하는 기기)에서 AI에 특화해 저전력 상황에서 최대의 연산을 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한 제품이다. NPU는 배터리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하므로 온디바이스 구현에 유리하다. 현재 포스코DX 스마트팩토리, 현대차그룹의 최첨단 로봇플랫폼 등에 탑재하기위해 실증작업을 하고 있다.”

국산 스타트업의 반도체를 채택한 이유는

▶윤 상무 = “외산 제품과 비교했을 때 성능 측면에서 빠지지 않아 GPU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AI 알고리즘의 최신성, 연산의 정확도도 좋았고 전성비(전력사용 대비 성능비)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AI 반도체 개발단계에선 빠른 기술지원이 중요한데, 해외 기업보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대기업·스타트업 협력의 의미와 계획은

▶김 대표 = “포스코DX 등 대기업과 협력은 스타트업에게 도전이다. 내년 하반기 양산 칩을 배포하면 2025년 고객사들이 딥엑스 칩을 단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다. 우리 기술이 스마트팩토리 반도체 솔루션의 디펙토 스탠다드(de-facto standard·사실상 표준)가 되고, 한국 기업이 AI시장 주도권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윤 상무 =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므로 제품의 가능성을 보고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면서 스타트업이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AI를 비전분야 뿐 아니라 공정 예측 기반 제어 기술, 설비 이상 감지 기술 등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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