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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아시아 ‘리셀 왕좌’ 노리는 네이버 크림…日 1위 ‘소다’ 인수

중앙일보

입력

서울 마포구에 있는 KREAM 쇼룸. 권유진 기자

서울 마포구에 있는 KREAM 쇼룸. 권유진 기자

국내 1위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이 같은 시장의 일본 1위 플랫폼 ‘스니커덩크’를 품었다. 크림은 네이버의 손자회사. 일본 시장을 거머쥐고 아시아로 진출한다는 네이버의 성장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무슨 일이야

크림은 4일 “스니커덩크 운영사인 소다에 976억원을 투자해 지분 43.6%를 확보해 최대주주다”고 공시했다. 2018년 스니커덩크 서비스를 시작한 소다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의 투자를 받은 일본 스타트업이다.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해 현재는 명품가방, 의류, 게임 용품 등 희소성 있는 고가 제품 전반을 취급한다. 2021년에는 업계 2위 ‘모노카부’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스니커덩크 앱 이용자는 450만으로, 크림(웹·앱 전체 530만명)과 비슷한 규모다.

크림은 “내년 상반기까지 소다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뒤 일본 증시에 별도 상장하겠다”라고 밝혔다. 크림은 소다와의 경영 통합도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할 예정이다.

SODA 스니커덩크 페이지.

SODA 스니커덩크 페이지.

크림은 왜?

① 네이버의 기대주 ‘커뮤니티 커머스’
네이버가 커머스 성장 동력으로 꼽은 키워드는 커뮤니티 커머스다.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이용자들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발견해 구매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커뮤니티 형성-플랫폼 체류-쇼핑’의 선순환을 통해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네이버가 올해 초 인수한 북미 개인간거래(C2C)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네이버 쇼핑이 검색을 바탕으로 한 목적 지향적 쇼핑이라면, 포시마크는 커뮤니티 활동 과정에서 쇼핑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포시마크 인수 이유에 대해 “포시마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 만이 구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 형식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고가의 한정판 거래 시장은 플랫폼 참여자가 구매자·판매자인 동시에 콘텐트 생산자 역할을 하는 특성 때문에 커뮤니티 커머스로 발전하기 좋다. 네이버가 C2C 커머스와 커뮤니티 커머스의 첨병으로 크림을 키우는 이유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리셀 플랫폼 투자를 통한 커머스 역량 강화와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크림에 500억원을 출자했다.

일본 스니커덩크는 커뮤니티 커머스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니커즈 관련 커뮤니티를 탄탄하게 운영하며 거래액을 늘려왔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 진출한 이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커뮤니티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 네이버는 각국의 1등 플랫폼들과 손잡고 ‘아시아 크로스보더(국경을 넘은)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부터 말레이시아(쉐이크핸즈)ㆍ태국(시솜컴퍼니)ㆍ싱가포르(키스타테크놀로지) 등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에 지분 투자를 늘려 왔다. 크림 관계자는 “각 플랫폼의 해외 거점을 활용해 (크림의)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② 적자폭 커지는 크림의 돌파구  
MZ세대를 중심으로 한정판 스니커즈 등 C2C 거래가 활발해지며 크림도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크림은 지난해 2분기(3500억원) 이후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거래액을 1조 7000억원으로 추정하며 올해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본다. 지난해부터 판매자에게 수수료 2%, 구매자에게 수수료 3%씩을 부과하면서 매출도 크게 늘었다. 2021년 32억85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60억원으로 14배 성장했다.

문제는 적자 폭이 매년 커지고 있다는 점. 2021년 59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약 861억원으로 늘었다. 크림 측은 “초기 검수 기술과 플랫폼 구축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스니커덩크를 통해 그간 구축한 검수 기술 등을 해외로 확산하고, 이후 아시아의 리셀 시장 전반으로 수익 저변을 확대하려할 가능성이 크다.

더 알면 좋을 것

일본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에 나가겠다는 네이버의 전략이 네이버 손자회사에서도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일본 시장의 경우, 라인이 2011년 이후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이후 네이버는 2019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간 경영 통합을 결정했다. 양사가 힘을 합쳐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였다. 양사의 합작으로 모바일 메신저, 검색, 핀테크, 온라인 쇼핑을 망라하는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 Z홀딩스가 2021년 출범했다. Z홀딩스 산하에 라인과 야후재팬을 자회사로 뒀다. 그러다 지난 1일엔 Z홀딩스·라인·야후재팬 3사를 다 합친 통합법인 ‘라인야후(LY Corp)’를 다시 출범했다. 지난 2년 간 양사의 경영 통합이 지지부진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