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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핵 고도화, 러와 무기 거래 의혹…고립 자초하는 북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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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기한 경기 장면을 2일 밤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아시안게임 간추린 소식을 전하며 93초 분량의 여자축구 소식을 전하는 동안 한국을 '괴뢰'로만 표현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기한 경기 장면을 2일 밤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아시안게임 간추린 소식을 전하며 93초 분량의 여자축구 소식을 전하는 동안 한국을 '괴뢰'로만 표현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러시아 방문 직후 두만강역 화물 집결

아시안게임 보도에선 한국팀을 ‘괴뢰’ 표기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북한이 러시아와 ‘수상한 거래’에 나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와 국경 역인 두만강역 일대에 대형 컨테이너와 화물을 집결시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지난달 18일 이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컨테이너나 포장된 화물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고, 북한 역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러 양국의 부인에도 국제사회는 이들의 무기 거래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이나 탄약 등을 제공하는 일환으로, ‘위험한 거래’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양측이 떳떳하게 거래 품목이나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나아가 장기적으로 더 큰 제재의 고통이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특히 지난달 26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한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서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했다고 밝혔다. 1년 전 핵무기의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데 이어 최고 상위법인 헌법에 핵무기 발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핵 타격 수단의 다종화와 실전 배치”를 강력히 실행하라는 지시도 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나 동북아 평화와 안전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가겠다는 외곬 행보이자 미국과 한국을 향한 일종의 시위다.

그제 밤 북한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19차 아시안게임 소식을 전하며 한국팀을 ‘괴뢰’라고 칭하는 황당한 상황도 연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이나 ‘북측’으로 칭했던 한국 기자들에게 “국가 명칭을 제대로 부르라”며 반발했던 북한이 한국을 괴뢰라고 표현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체제와 이념을 넘어서야 할 국제경기 대회를 정치화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도 없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유니폼엔 인공기 외에 아무런 상표가 붙어 있지 않다. 세계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들이 북한에 대한 후원을 철저히 기피해서다. 스포츠용품 업계에서도 북한이 외톨이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른 나라와의 무기 거래나 무력시위, 법을 통한 위협 고조 등의 일탈 행위를 국제사회가 일일이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스스로를 얽어매는 일일 뿐이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했던 김 위원장의 말대로 국제사회에서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