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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폭행, 일본서 차별, 태국선 성추행…고통 받는 '해외 수감자'

중앙일보

입력

"교도관 한 명과 다른 수감자들이 저를 폭행했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
"다른 수감자가 제 민족성을 거론하며 비난했습니다." (지난 5월, 일본)

수감 시설 관련 자료 사진. pixabay.

수감 시설 관련 자료 사진. pixabay.

해외 감옥에 수감된 한국인이 매년 1000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교도관이나 동료 재소자의 폭행·폭언 등으로 인한 인권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선 교정 당국 차원의 폭행, 일본에선 민족 차별성 발언, 태국에선 성추행 사건 등 국가별로 두드러진 인권 침해 실태에 다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1017명 수감 

3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상반기 해외 한국인 수감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해외에 수감된 한국인은 총 1017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37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를 중국(280명), 미국(112명), 베트남(58명), 필리핀(45명), 태국(20명) 순으로 뒤따랐다.

한국인 수감자가 외교 당국에 인권 침해 사실을 신고하고 재외 공관에 지원을 요청한 경우도 꾸준히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8월 "교도관 한 명과 중국인 수감자 두 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만 중국 당국은 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수감자가 한국으로 이송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당뇨 때문에 눈의 혈관이 터져 치료를 위해 외부 병원 치료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 19 봉쇄 조치로 인해 재소자의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2018년 12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촬영한 구류 시설 사진. AP. 연합뉴스.

2018년 12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촬영한 구류 시설 사진. AP. 연합뉴스.

가혹 행위 신고 잇따라

또한 중국에선 2021년 10월 "수감실과 세면장 등에 CCTV 카메라가 두 대씩 설치돼 있어 정신적 압박감이 심하다"는 한국인 수감자의 인권 침해 신고가 있었지만, 중국 당국은 "CCTV 카메라 설치는 감옥 규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답한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체포 직후 20~30일 간 거의 매일 조사를 받았으며, (이 중) 약 이틀 동안 조사실에서 용변 보는 시간 외 계속 조사실 의자에 앉아 조사를 받았다"는 신고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중국 수감시설에서 한국민이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2012년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중국에서 전기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사실상 한ㆍ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고, 2018년에도 중국에서 "교도관이 전기봉을 다리에 사용해 졸도했다" 등 증언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외교부는 지난 6월부터 중국에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씨 등에 대해서도 인권 침해 사실이 없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손 씨는 지난 5월 상하이 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출국하다가 중국 공안에 연행됐다. 중국에선 영장 없이도 한 달 넘게 피의자를 붙잡아둘 수 있으며 구속 수사도 최장 7개월까지 가능하다.

또한 중국은 지난 7월부터 기존보다 대폭 강화된 개정 '반(反)간첩법'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 및 이익에 관한 경우"로 판단할 경우 어떤 행위든 간첩 행위로 간주할 수 있게 했는데, 무분별한 처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부터 중국에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뉴시스.

지난 6월부터 중국에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뉴시스.

차별·성추행도 벌어져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으로 인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일례로 지난 5월 일본의 한국인 수감자로부터 "같은 감방의 수감자로부터 민족성을 거론하는 비난 언사를 들었다"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자 일본 당국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수용하겠다"고 한국 외교 당국에 알렸다. 2021년 11월에도 일본 내 한국인 수감자로부터 "일부 수감자들이 내가 한국 국적임을 알고 차별적인 폭언을 한다"는 신고가 있었고, 일본 측은 시정 조처에 나섰다고 한다.

태국의 경우 "동료 재소자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지난해에만 3월과 8월 두 차례 접수됐다. 전자의 경우 가해자를 수감동으로 이감한 뒤 징계 조치가 내려졌고, 후자는 진상 조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 외에 미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다른 수감자로부터의 폭행과 금품 갈취 및 명예 훼손, 의약품·식품·위생용품 미지급 등 사례가 다수 신고됐다.

이처럼 재외 수감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나 가혹 행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외교 당국이 사후적으로 상대국 교정 당국에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관성적인 조치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극적인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국과의 고위급 양자 회담 시 재소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23년 상반기 해외 한국인 수감자 현황(지난 6월 30일 기준). 외교부.

2023년 상반기 해외 한국인 수감자 현황(지난 6월 30일 기준). 외교부.

한편 해외에 수감된 한국인을 범죄 유형별로 분류하면 올해 상반기 전체 해외 수감자 1017명 중 마약사범이 가장 많은 272명으로 약 26%를 차지했고 이외에 '사기 등'(188명), '살인'(130명) 순으로 많았다. 특히 해외 수감 중인 마약 사범 중 일본에 수감된 마약 사범이 13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전체 해외 한국인 수감자 규모는 2018년 1582명, 2019년 1667명, 2020년 1384명, 2021년 1357명, 2022년 1237명으로 수년째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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