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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귀국 뒤 수상한 화물열차…"北, 러에 탄약 보내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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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직후부터 양국 간 접경지역인 두만강역 인근에서 화물 운송을 준비하는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기거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상한 화물 움직임 포착"

자유아시아방송(RFA) 3일 미국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달 22일 두만강역에서 약 1.2㎞ 떨어진 차량기지 일대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에도 선로에 각각 200m·300m 길이의 컨테이너 화물이 늘어서 있었고, 20m 길이의 열차 2·3량이 각각 세워져 있는 모습이 식별됐다고 한다.

미국 민간위성 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22일 북·러 접경지역인 두만강역 인근에 있는 차량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의 모습. 사진에는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포착됐다. RFA홈페이지 캡처

미국 민간위성 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22일 북·러 접경지역인 두만강역 인근에 있는 차량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의 모습. 사진에는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포착됐다. RFA홈페이지 캡처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지난달 18일 이후 이런 화물·열차가 계속 관찰되고 있다는 게 RFA 측의 분석이다. 실제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에도 해당 지역에서 화물과 열차가 다수 포착됐다. 지난달 14일 차량기지가 사실상 텅 빈 상태였던 것과는 비교되는 풍경이다.

이와 관련,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RFA에 "화물·열차의 수량이 (날짜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열차에 화물을 싣고 (러시아로) 운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해당 열차가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것이라면 두만강역이 기착지인데, 역이 아니라 역에서 상당거리 떨어진 차량기지에서 화물과 열차가 식별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 민간위성 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북·러 접경지역인 두만강역 인근에 있는 차량기지를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에 각각 촬영한 모습. 사진에는 각종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식별됐다. RFA 홈페이지 캡처

미국 민간위성 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북·러 접경지역인 두만강역 인근에 있는 차량기지를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에 각각 촬영한 모습. 사진에는 각종 화물과 열차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식별됐다. RFA 홈페이지 캡처

"무기거래 본격화 가능성 커"

위성사진만으로 화물의 내용물을 정확히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정황상 북·러 양국이 열차를 이용해 무기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RFA에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나 지대공 미사일은 비교적 무겁지 않아 항공편으로 운반이 가능하지만, 포탄은 무게가 무거워서 주로 철도로 운송한다"며 "북한이 열차를 이용해 무거운 탄약과 포탄을 러시아 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무기체계와 호환되는 북한의 122·152㎜ 포탄과 122㎜ 다연장 로켓포탄 등이 철도로 공급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5일 중요 군수공장 시찰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122mm 방사포탄을 살펴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5일 중요 군수공장 시찰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122mm 방사포탄을 살펴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 조정관도 이날 RFA에 "북한은 대포와 탱크, 로켓을 위한 아주 많은 양의 탄약을 비축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구소련의 무기를 기반으로 한 포탄을 공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 기조발언에서 북·러 간 군사 협력을 우려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AP, 연합뉴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AP, 연합뉴스

황 대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이나 군사력 증강에 기여하는 북·러 간 어떤 협력도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에 안보리 결의에 대한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에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와 완전한 비핵화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당 창건일 앞두고 내부단속 나선 北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제1차 도·시·군 인민위원장 강습회가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당중앙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78주년을 앞두고 사실상 지방행정기관장 역할을 하는 각 지역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불러모아 역할 분발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2021년 3월 당시 시·군 노동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진행하는 모습. 북한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지방행정기관장 역할을 하는 각 지역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대상으로 강습회를 열었다. 뉴스1

북한이 2021년 3월 당시 시·군 노동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진행하는 모습. 북한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지방행정기관장 역할을 하는 각 지역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대상으로 강습회를 열었다. 뉴스1

신문은 강습회에서 "모든 시·군을 정치와 경제·문화의 각 방면에서 우리 국가 특유의 발전 면모와 자기 지역의 특성이 응축된 지방도시, 문명한 고장으로 전변시킬 데 대한 문제"가 다뤄졌다며, ▶지방 공장들을 개건 현대화해 인민 소비품 생산을 늘리고 ▶건설 역량을 강화해 농촌 살림집(주택) 건설을 비롯해 지방 건설을 힘 있게 전개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각 지역 인민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난 속에서 지방의 자력갱생을 추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 정부에서 지방의 경제적 어려움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연출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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