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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전무했던 '美권력 3위' 해임…공화당 강경파, 칼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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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화당 내 강경파가 추진하는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화당 내 강경파가 추진하는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2024 회계연도 개시(10월 1일) 직전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이란 극한 위기는 모면했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예산안 처리 후 거센 내홍을 겪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를 주축으로 한 공화당 강경파가 임시예산안 처리의 주역 중 하나인 같은 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자당 내 20여 명의 강경파가 휘두르는 해임안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프리덤 코커스를 대표하는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2일(현지시간) “매카시 하원의장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점점 더 분명해졌다. 공화당은 분명히 아니다”며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프리덤 코커스는 정부 지출 대폭 삭감 및 강경 이민정책 등을 요구하며 매카시 의장이 제시한 임시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졌었다. 게이츠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당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당내 보수파들이 반대해 온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에 관해 민주당과 ‘비밀 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매카시와 이면합의 시사 발언 논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관련해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매카시 하원의장과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임시예산안에 빠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포함한 정식 예산안을 의회가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어떻게 안심시킬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저는 그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해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음 협상 때 매카시 의장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 그러니 두고 보자”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경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 장애인법(ADA)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경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 장애인법(ADA)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발언을 놓고 이면 합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다. 카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이 한 말씀 이상은 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우리가 아는 것은 이번 (임시예산안) 협상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있다는 것이고 매카시 의장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것은 그가 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면 거래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자 “별도 합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이면 합의 가능성을 추궁하며 매카시 의장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게이츠 하원의원은 “매카시 하원의장이 바이든과 별도 합의(Side deal)한 내용을 들으면 공화당 의원들도 해임안에 대해 다르게 투표할 것”이라며 “매카시 의장을 몰아내기 위한 해임안 투표를 계속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투표가 실패할 경우 또 해임안을 낼 것이냐’는 취재진 물음에 “또 내겠다”고도 했다. 해임결의안 제출 시점은 “이번 주”라고 거듭 확인했다.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추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추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의장 해임안, 지난 100년간 딱 두번 발의”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은 하원 개별 의원이 제출할 수 있다. 지난 1월 매카시 하원의장이 프리덤 코커스 반대 속에 15차례에 이르는 투표를 거치며 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프리덤 코커스 측 협조를 얻기 위해 기준을 완화했다. 의장 해임안이 본회의에 제출되면 그로부터 48시간 내 하원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 AP 통신에 따르면, 하원의장 해임안은 지난 100년 동안 딱 두 번밖에 사용된 적이 없었던 강력한 카드지만 해임안이 실제로 가결 처리돼 하원의장에서 물러난 사례는 없다. 최근에는 2015년 7월 프리덤 코커스 창립 멤버인 마크 메도스 공화당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이 주도해 ‘오바마 행정부에 협조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같은 당의 존 베이너 당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낸 적이 있다. 당시 표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두 달 뒤 베이너 하원의장이 전격 사퇴하는 데는 영향을 미쳤다.

프리덤 코커스의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 추진에 공화당 내부에서는 찬반론이 뒤섞이며 혼란스런 모습이다. 공화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톰 매클린톡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날 “(프리덤 코커스 주장대로 하면) 새 하원의장 선출 때까지 하원을 무기한 마비시킬 뿐”이라며 “저는 당 동료들에게 그들(프리덤 코커스)의 편견, 오류, 지역 이익, 이기적 견해를 무시해 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 통과 시 후임 하원의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톰 에머 공화당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매카시 의장은 검증된 인물”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내 매카시 해임 찬반론 다양”

하원의장 해임안 가결에는 과반(218명)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221명) 내 20여명의 강경파에 민주당(212명) 다수가 찬성표를 던지면 해임안이 통과될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은 위험에 처한 매카시 의장이 직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투표(반대표)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문제에 관한 한 투표권이 없다”며 “상ㆍ하원 당 지도부에 맡기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 기류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매카시 의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쪽, 공화당 온건파와 힘을 합쳐 공화당 소속 새 하원의장을 뽑아야 한다는 쪽, 아예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을 다시 뽑자는 쪽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원 전체 표심에 대해서는 “매카시 의장 퇴임에 필요한 과반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워싱턴포스트)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매카시 구출’을 위해 결집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최근 ‘바이든 대통령 탄핵조사’를 하원 상임위에 지시하면서 민주당의 반감을 산 대목 등을 거론하면서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향해 “나약한 지도자”라고 비판하며 “(해임안 표결 시) 절대적으로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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