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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하늘 천 땅 지"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 가르치는 서당 교육 맛보기

중앙일보

입력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며 각 나잇대에 필요한 교육을 받죠. 특히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 3년은 국가에서 제정한 법률에 따라 취학 연령 아동이 필히 받아야 하는 의무 교육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이 같은 제도권 아래서 균등하게 교육을 받게 된 것은 1948년 헌법에서 국민이 교육받을 의무를 규정한 뒤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에요. 조선시대에는 글을 배우고 싶은 아동만 서당에서 교육받았죠. 전국 곳곳에 설립된 서당은 오늘날로 치면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인데요. 과연 서당에서는 어떤 내용을 가르쳤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중구 남산공원 호현당을 찾아 알아봤어요.

① 영어 100점 수학 100점 보다 중요한 배움 서당에서 알아봐요
② "하늘 천 땅 지"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 가르치는 서당 교육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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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을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한 책인 『천자문』은 서당에 입학한 학동이 가장 먼저 접하는 교재 중 하나다.

한문을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한 책인 『천자문』은 서당에 입학한 학동이 가장 먼저 접하는 교재 중 하나다.

현대식 교육을 받는 우리는 학년에 맞춰 교과서 바꿔가며 공부하죠. 이처럼 서당에서도 단계별로 교재를 사용했어요. 조선시대 서당의 교재는 문자를 깨치는 용도로 활용되던 『천자문』과 『동몽선습』부터 유교 경전인 『맹자』 『논어』 『대학』 『중용』까지 수준이 다양했어요. 서당 교육 수준이 기본적인 한문 습득부터 과거 준비까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교재들은 있었죠. 조선 후기 학자 어당 이상수가 제시한 아동의 학습 순서를 예시로 살펴볼까요. 서당에 입학한 갓 학동은 한문을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해 편찬된 『천자문』과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중국·한국의 역사를 담은 『동몽선습』을 통해 한자를 읽는 법을 깨우칩니다. 예를 들어 '天地'은 하늘 천과 땅 지이지만, 한자의 음만 읽으면 '천지'라는 단어가 되죠. 이렇게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기초 한자의 음과 뜻을 자연스럽게 먼저 체득합니다.

서당에서 학동이 기초 교재에 해당하는 책 한 권을 다 떼면 스승과 동무에게 국수·경단·송편으로 한턱을 내기도 했어요. 이러한 행위를 책거리(책씻이)나 세책례(洗冊禮)라고 해요. 책거리는 학동의 학업정진을 축하하면서, 학동을 지도하느라 고생한 훈장의 노고에 답례하는 의미도 담겨 있어요.

서당은 같은 학년 학생들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는 현대 교육제도와는 달리, 학동별 학업 수준성과에 따라 배우는 내용이 달랐다. ·

서당은 같은 학년 학생들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는 현대 교육제도와는 달리, 학동별 학업 수준성과에 따라 배우는 내용이 달랐다. ·

문자 학습 단계의 교재를 학습해 한자를 잘 읽게 되면 역사서인 『사략』·『통감절요』를 통해 짧은 문장을 외우면서 그 뜻을 풀이하는 연습을 했어요. 이를 훈석(訓釋)이라 하며, 본격적으로 유교 경서를 학습하기 전에 거치는 과정이에요. 일상생활의 예의범절, 수양을 위한 격언, 충신·효자의 행적 등을 정리한 『소학』도 학동이 경서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 권장되던 교재입니다. 훈석 단계를 끝내면 『맹자』『논어』『대학』『중용』 등 옛 성현의 가르침이 담긴 유교 경전인 사서삼경을 배웠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교재를 달달 외우는 방식이 서당에서 하는 학문 정진의 대부분이었을 것 같지만, 훈장과 학생이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 역시 중요했습니다. 이를 통해 훈장은 학동의 수준에 맞게 지도할 수 있었죠. 즉, 배우고자 하는 내용에 점수를 매기기보다는 완전한 이해와 실천이 서당의 교육 목표였던 겁니다.

"교재 내 글의 뜻을 명백히 익히고 배운 내용을 응용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글을 짓는 방법인 제술법도 배웠어요. 지금의 시를 짓는 것처럼 기승전결 네 개의 구로 구성된 한시(漢詩)의 형식을 절구라 해요. 한 구가 다섯 자로 돼 있으며 모두 네 개의 구로 구성된 오언절구(5자 4줄), 한 구가 일곱 자로 돼 있으며 모두 네 개의 구로 구성된 칠언절구(7자 4줄)를 제술법에서 배웠죠. 또 여덟 구로 구성된 한시의 형식을 율시(律詩)라 하는데요. 한 구가 다섯 자로 돼 있으며 모두 여덟 개의 구로 구성된 오언율시(5자 8줄), 한 구가 일곱 자로 돼 있으며 모두 여덟 개의 구로 구성된 칠언율시(7자 8줄) 등도 함께 배웠죠."(정) 이외에 붓글씨를 연습하는 습자(習字) 교육도 이뤄졌는데, 정자로 한문을 쓰는 해서체를 먼저 가르치고, 약간 흘려 쓴 한자인 행서체, 흘려 쓴 서체인 초서체 등도 가르쳤어요.

서당은 기본적인 한문 읽고 쓰기와 유교 경전 배우기 외에도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서당은 기본적인 한문 읽고 쓰기와 유교 경전 배우기 외에도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예준 학생모델이 "서당을 다니는 학동은 연령대가 다양했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학년을 구분했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는 학년제에 근거해 대부분의 학생이 초·중·고등학교 졸업을 같은 나이에 하죠. 하지만 서당에서는 학년제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한날한시에 서당에 똑같이 입학했어도 해당 학동이 학습을 얼마나 잘 따라오는지에 따라 교육 내용과 진도를 나가는 속도가 달랐기 때문이죠.

서당에서는 매일 과제를 내어주고 이를 완수했는지를 검사하는 일강(日講) 위주의 수업이 많이 진행됐어요. 정해진 교재를 완전히 암송하면 해당 교육 단계를 끝내게 되는데, 그 수준에 따라 오늘날의 '수우미양가'에 해당하는 순(純)·통(通)·약(略)·조(粗)·불(不) 형태로 평가했죠. 여기서 최하등급인 '불'을 받으면 다시 외울 때까지 다음 반 진학이 어려웠어요.

앞서 서당에서는 글공부뿐만 아니라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예의를 갖추는 법을 함께 배운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사람이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은 훈장의 훈육뿐 아니라, 서당에서 배우는 교재에서도 나타납니다. 어디 한 번 직접 배워볼까요.

"공자 왈 맹자 왈"이 현대에도 유의미한 까닭  

소중 학생기자단이 책상 서랍을 열자 『동몽선습』의 일부를 발췌한 책자가 들어있었어요. "『동몽선습』은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오륜이 있기 때문임을 밝히고, 오륜의 도리를 차례대로 소개하며 해설을 더한 책이에요. 서당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은 학동이 『천자문』을 배운 다음 학습했던 대표적 아동교재인데, 왕실에서 왕세자 교육용으로도 활용했을 만큼 필독서였죠." 책자에는 "천지지간만물지중(天地之間萬物之衆)에 유인(惟人)이 최귀(最貴)하니 소기호인자(所貴乎人者)는 이기유오륜야(以其有五倫也)니라"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어요.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만물의 무리에서 사람만이 가장 귀한 까닭은 오륜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뜻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정명래(왼쪽에서 둘째) 훈장에게 조선시대 서당에서 추구한 교육 목표인 '군자 되기'에 대해 배우고 교재로 사용된 『동몽선습』과 『사자소학』의 일부도 살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정명래(왼쪽에서 둘째) 훈장에게 조선시대 서당에서 추구한 교육 목표인 '군자 되기'에 대해 배우고 교재로 사용된 『동몽선습』과 『사자소학』의 일부도 살펴봤다.

여기서 말하는 오륜(五倫)은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를 뜻합니다.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다는 뜻의 부자유친(父子有親),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하는 군신유의(君臣有義),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분별이 있어야 함을 뜻하는 부부유별(夫婦有別),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음을 이르는 장유유서(長幼有序), 벗과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의 붕우유신(朋友有信)이 그것이죠. 간단히 정리하자면, 살아가면서 맺는 여러 유형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도리가 바로 오륜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정 훈장의 지도에 따라 『동몽선습』의 일부를 큰 소리로 따라 했어요. 이렇게 노래를 부르듯 소리 내 글을 읽는 행위를 송독(誦讀)이라 하는데, 한문의 음과 소리를 쉽게 익힐 수 있죠. 정 훈장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까지 각 구절의 음과 뜻을 잘 익히도록 반복하라고 당부했죠.

『동몽선습』의 구절을 암송한 뒤에는 『사자소학』에서 발췌한 구절도 배웠어요. 어린이가 배워서 지켜야 할 생활 속 규범과 어른을 공경하는 법 등을 담은 생활윤리 교과서죠. 정 훈장과 리안·수민 학생기자, 그리고 예준 학생모델이 함께 송독한 구절은 "비례물시(非禮勿視)하고, 비례물청(非禮勿聽)하라. 비례물언(非禮勿言) 하고, 비례물동(非禮勿動)하라"이었는데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예(禮)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는 뜻이죠. 학동에게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가르쳤던 조선시대 교육 방침이 아이들을 위한 교재였던 『동몽선습』과 『사자소학』에도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동몽선습』과 『사자소학』은 단순히 지식만 알려주는 교육이 아니라, 오륜을 지켜 올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알려주는 교재예요. 즉, 인성교육의 근간이 되는 내용을 통해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을 명백히 알려주는 책들이죠. 오늘날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는 많지만, 서로 사랑하기보다는 미워하는 일이 잦은 사회가 된 것 같아요. 『동몽선습』과 『사자소학』에 담긴 가르침이 우리가 겪는 여러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16세기 사림파가 조선의 지배층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서당은 기초 한문과 유교의 가르침은 물론 향촌 사회의 규범도 학동에게 체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16세기 사림파가 조선의 지배층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서당은 기초 한문과 유교의 가르침은 물론 향촌 사회의 규범도 학동에게 체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정 훈장의 말처럼 사회의 구성원으로 바른 성품을 갖추고 남들과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은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2021년 5월 17일(월)부터 6월 17일(목)까지 총 10만1214명의 국민이 참여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국민참여 설문' 결과를 공개한 바 있어요. 이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개인과 사회 공동의 행복 추구(20.9%)’를 1순위로 뽑았어요.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15.6%)'은 3위였죠. 또 보다 강화되어야 할 교육 영역에 대해 ‘인성교육(36.3%)'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즉, 청소년이 교육과정에서 '사람다운 삶'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이죠.

훈장과 함께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의 모습을 담은 일제강점기 시기 엽서. 서당은 오늘날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훈장과 함께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의 모습을 담은 일제강점기 시기 엽서. 서당은 오늘날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서당은 한국 사회에 근대 교육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설 자리를 잃어간 교육기관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전국 곳곳에서 전통적인 가치를 전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죠. 또 『동몽선습』과 『사자소학』 등 서당에서 배우던 여러 교재는 요즘에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을 달아 지속해서 출간되고,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이것은 '사람다운 삶', 즉 군자답게 사는 법에 초점을 맞췄던 서당의 교육이 오늘날에도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교과목의 내용이 달라져도 개개인이 마음과 행실을 수양하는 법과 개인과 사회가 공생하는 법을 알려주는 인성교육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서당에서는 어떤 교재로 공부했을까

조선시대 서당에서 학동이 배우던 교재는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생각보다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기초 한자를 배우는 교재나 유교 사상을 이해하는 철학서로 꾸준히 읽히고 있기 때문이죠. 뉴스·칼럼·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조선시대 서당의 교재를 모았어요.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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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千字文)』

중국 양나라 주흥사가 엮은 1구가 4자로 구성된 250구의 고시(古詩)로, 총 1000자로 돼 있어 『천자문』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한문을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한 한자 학습서로 널리 사용됐다. 서당 하면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인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을 외우는 아이들이 보는 책이 바로 『천자문』이다. 현대에도 기초 한자 학습서로 많이 활용된다.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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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몽선습(童蒙先習)』

조선시대 아동들이 『천자문』을 뗀 다음 단계로 많이 학습했던 아동 교재다. 크게 유학의 핵심 윤리인 오륜과 중국·한국의 역사에 대한 서술의 두 가지로 구성됐다. 오륜에 대해서는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기본적인 도덕적 품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역사 서술 부분에서는 중국의 고대로부터 명나라까지의 역사는 물론, 단군 이래 삼한·삼국·고려·조선까지 우리나라 역사도 간결하지만 체계적으로 서술해 조선의 아이들이 자국 역사를 배울 수 있게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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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小學)』

송나라 유학자 주자(주희)의 제자 유자징이 편찬한 아동용 수양서. 일상생활의 예의범절,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품성·지식·도덕을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수양에 필요한 교훈을 담은 격언, 충신·효자의 이야기 등을 모았다. 교육법을 뜻하는 입교, 오륜을 설명한 명륜, 조심스러운 몸가짐을 뜻하는 경신을 다룬 내편과 옛 성현의 교훈이 담긴 가언, 옛사람의 선행에 대한 이야기인 외편으로 구성된다. 조선시대 아동이 유교 윤리관을 체득하게 하는 교재로 장려됐다.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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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유교 경서로, 『맹자』『대학』『중용』과 함께 유교의 주요 경서인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사서에 해당한다.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부지런히 학문을 연마하고 세상의 이치를 탐구한 유교를 대표하는 성현이 된 공자의 사상은 후대 학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책은 개인적 인격의 완성과 사회질서의 확립으로 이상 국가 건설을 원했던 공자의 가르침을 제자 등 당시 사람들과 나눈 대화로 기록했다.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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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

어머니가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하였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주인공 맹자가 제자와 함께 토론하면서 만들어진 정치 철학서. 맹자는 공자의 가르침인 인(仁)에 의(義)를 덧붙여 인의를 강조하고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하며 선한 본성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설파했다. 맹자는 또 군주가 인의의 덕을 근본으로 순리대로 천하를 다스리면 사람들은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는 왕도정치를 이상적이라 주장했다.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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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中庸)』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유교 철학서. 전반부는 극단적이거나 서로 충돌하는 모든 상황에서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 없이 언제나 바른 것을 택하는 유교의 교리 중용(中庸)에 설명한다. 후반부는 우주 만물의 원리인 성(誠)을 인간이 터득하고 실천하는 법을 말한다. 『중용』은 원래 유교의 주요 경서인 사서오경 중 오경에 해당하는 『예기(禮記)』에 속하는 내용이었으나 송(宋)나라 때 분리돼 『대학』『논어』『맹자』와 함께 사서로 분류된다.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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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大學)』

『중용』과 더불어 본래 『예기』의 한 편이었으나 주희가 당시 번성하던 불교와 도교에 맞서는 새로운 유학 체계를 세우기 위해 독립시킨 유교의 경서. 경(經)과 전(傳)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경은 중국 춘추시대 유학자 증자가 선대 사상가 공자의 말을 기술한 것이며, 전은 증자의 사상을 그의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자기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을 실천하면 남도 바른길로 인도해 사회를 이끌 수 있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내용과 순서를 담았다.

서당 체험 어디서 할 수 있나요

서당이라고 하면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지금도 전국 곳곳에는 옛 성현의 가르침과 살면서 필요한 생활 예절을 배우는 서당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 중입니다. 학교 공부에서 벗어나 옛것을 본받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한번쯤 경험하고 싶다면 우리 동네 주변에 서당 교육 체험이 가능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소중 학생기자단의 일원으로 호현당에 가서 서당 일일 체험을 했어요. 전복을 입고 복건을 걸치자 제가 서당의 학동이 된 느낌이 들었죠. 방석을 들고 책상 앞에 앉은 뒤에는 『동몽선습』 『사자소학』 『논어』 등에 대해 배웠어요. 서당에서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스승을 훈장이라 하는데요. 호현당의 정명래 훈장님이 삶에 필요한 예절과 규범을 설명해 주셨죠. 또 한자로 된 『동몽선습』과 『사자소학』의 일부 구절을 쉬운 노래로 만들어서 반복해 부르면서 외웠어요. 지금의 학교가 자유롭고 친구들과 떠들며 놀 수 있는 것에 비해 서당에서는 매우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해서 다른 학생기자단과 걷거나 인사할 때는 '칼군무'를 추는 것 같기도 했죠. 최근 학생이 선생님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옛날에는 예의를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추석을 맞이해서 절하는 법도 배웠는데요. 큰절과 평절의 차이점을 알게 됐어요. 이번 추석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뵈면 훈장님께 배운 대로 절을 해서 기쁘게 해드릴 거예요. 언젠가는 가족과 함께 호현당에 방문하고 싶어요. 소중 독자 여러분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박리안(서울 태랑초 5) 학생기자

서울 중구 남산공원 호현당에서 서당 일일 체험을 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복·복건 등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공수하는 법과 절하는 법, 방석에 앉았다 일어나는 방법, 인사 예절과 바르게 걷는 법을 배웠어요. 『사자소학』과 오륜을 통해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다섯 가지 실천 덕목을 배웠는데 노래로 쉽게 배워서 평생 기억할 것 같아요. 인간의 기본 도덕을 설명하는 오륜은 몇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덕목인데, 부자유친·장유유서·붕우유신은 제가 앞으로 실천하며 살고 싶은 덕목이에요. 부모님과 선생님, 어른들께도 예의 바른 언행을 하고 학교에서는 믿음이 가는 친구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옛날에는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고 하던데 요즘엔 선생님께 예를 갖추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서 반성했어요. 앞으로 호현당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하늘이 점차 깊어지는 가을날 호현당에서 많은 친구가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면 좋겠어요.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호현당에서 과거 서당에서 받았던 교육을 체험한 것은 재밌었지만, 옛날 사람들이 매일 그렇게 행동하고 지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한 번 배워본 것은 괜찮았지만 막상 일상에서 해보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실천하기가 어려웠죠. 옛날 사람들이 입었던 도포도 입어봤는데요. 처음에는 ‘왜 쓸데없이 소매가 저렇게 길까?’ 생각했지만, 그것이 주머니였다는 것을 알고 보니 옛날 사람들은 참 지혜로웠던 것 같아요. 호현당 서당 일일 체험은 특히 윤리 교육을 매우 강조한 것이 인상 깊었어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재미있었고, 서당에 대해 배우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이예준(서울 도성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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