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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잇따르는 학교 폭력·흉기 난동, 위험 상황서 나를 지키는 호신술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8월 3일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은 시민들을 두려움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연이어 흉기 난동이 일어나고, 온라인에서도 ‘살인 예고 글’이 쏟아지며 경찰이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기 몸을 직접 보호하려고 호신술을 배우거나 호신용품을 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신림역 칼부림 사건 다음 날인 7월 22일부터 8월 3일까지 호신용품 거래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2%, 직전 주(7월 9~21일) 대비 224% 늘었어요. 한국호신술진흥회 김형익 원장은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호신술을 배우고 싶다는 개인·단체 문의와 교육 의뢰가 이전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라고 했죠.

한국호신술진흥회에서 어린 학생들도 할 수 있는 호신술에 대해 알아본 구시연(왼쪽)·박재인 학생기자.

한국호신술진흥회에서 어린 학생들도 할 수 있는 호신술에 대해 알아본 구시연(왼쪽)·박재인 학생기자.

호신술 열풍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동참했어요. 구시연·박재인 학생기자가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한국호신술진흥회를 방문했죠. 시연 학생기자가 김형익 원장에게 호신술은 무엇인지 물었어요. “호신술은 사람의 공격뿐 아니라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위협에 대한 자기방어기술이에요. 한국호신술진흥회에서는 호신술에 필요한 체력단련, 안전하게 위험 상황을 벗어나는 호신기술을 가르치죠. 저는 고2 때, 한 여성이 성희롱을 당한 현장에 경찰이 출동한 걸 목격했어요. 그때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위험 상황에서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태권도도 호신술인가요?” 재인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오래전부터 인류는 개인이나 종족 생존을 위해 호신술을 사용했어요. 우리나라의 택견·태권도, 일본의 주짓수, 중국의 쿵후 등의 무술도 일종의 호신술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무술, 즉 격투기는 공격과 방어기술이 있고 심판 및 경기 규정 등이 다 있어요. 하지만 호신술은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방어기술에 목적을 두고 상대가 통증을 느낄 정도, 공격을 멈추는 정도로 사용해야 해요. 정당방위를 하다가 큰 부상을 입히면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 수 있어 과잉방어는 자제해야 합니다.”

호신술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위협에 대한 자기방어기술이다.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정도로 사용하고 과잉방어는 자제해야 한다.

호신술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위협에 대한 자기방어기술이다.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정도로 사용하고 과잉방어는 자제해야 한다.

재인 학생기자가 “호신술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을 궁금해했어요. “자세가 중요해요. 먼저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 선 다음 한 발을 앞으로 내딛어요. 이 기본자세는 상대를 떠밀거나 내가 떠밀렸을 때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주죠. 상대의 옆으로 비껴 서는 것도 중요해요. 상대 측면에 서면 상대가 공격하기 어렵고, 공격해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죠. 또한 몸의 중심을 낮춰 체중을 이용하면 상대가 그 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이런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면 학교에서의 다툼이나 사회에서 흉악범죄가 일어나지 않겠죠.”

김형익(맨 왼쪽) 원장은 “호신술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위험 상황을 빨리 벗어나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김형익(맨 왼쪽) 원장은 “호신술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위험 상황을 빨리 벗어나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는 보통 성인보다 체구가 작고 힘이 약해 학교 폭력이나 길거리 흉기 난동 등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벗어나기 쉽지 않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어린 학생들도 따라 할 수 있는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 김태홍 강사를 만났죠. 김 강사가 자세를 잡자 김 원장이 설명했습니다. “먼저 위험 상황 시 손목이 잡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호신술을 알아볼게요. 나를 위협하는 사람이 내 손을 쓰지 못하게 손목을 잡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상대가 오른손을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나의 왼손목을 잡았을 때 풀려나는 법이 있어요. 왼손목을 잡히면 왼발을 내디디고 기본자세를 취해요. 왼손을 쫙 펴 손바닥 크기를 키워서 상대 오른손의 힘을 떨어뜨려요. 상대 오른 측면에 서서 상대 오른손이 꺾이게 한 다음 내 몸과 왼손을 동시에 내려 상대 오른손에서 빠져나오는 겁니다. 몸과 왼손을 동시에 내릴 때 무게중심은 하체에 있어야 힘이 실려요.”

누군가 뒤에서 팔로 끌어안았을 때 풀려나는 호신술을 시도하고 있는 구시연 학생기자.

누군가 뒤에서 팔로 끌어안았을 때 풀려나는 호신술을 시도하고 있는 구시연 학생기자.

이어서 상대가 나의 왼손목을 잡았을 때 제압하는 법을 배웠죠. 왼발 내디딘 기본자세에서 왼손을 쫙 펴 손바닥 크기를 키워서 상대 오른손의 힘을 떨어뜨린 것까지는 풀려나는 것과 동일해요. “왼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상대 오른 측면에 서서 상대 오른손이 꺾이게 해요. 나의 오른손으로 상대 오른손목을 잡고 내 몸 오른쪽으로 끌어당겨요. 왼손이 풀리면 상대 겨드랑이에 내 왼팔을 끼고, 왼쪽 45도로 왼발을 내디딘 뒤 체중을 실어 왼쪽 어깨로 상대 오른쪽 어깨를 밀어 통증을 느끼게 해요.”(김 원장)

재인 학생기자가 “오른손목이 잡혔을 때 상대를 제압하는 법도 알려달라”고 했죠. “이번엔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기본자세를 취해요. 붙잡힌 오른손으로 상대 오른손목을 감싸 잡고 가슴 높이로 듭니다. 이후는 왼손목 때와 같이 상대 오른 측면에 서서 상대 오른손목을 내 몸 오른쪽으로 끌어당겨요. 내 왼팔을 상대 겨드랑이에 끼고, 왼쪽 45도로 왼발을 내디뎌 체중을 실어 왼쪽 어깨로 상대 오른쪽 어깨를 밀면 됩니다.”(김 원장) 만약 두 손목이 잡혔을 때는 한 발을 내디디고 기본자세 후 두 손을 쫙 펴 손바닥 크기를 키워 상대 두 손의 힘을 떨어뜨리고, 두 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상대 오른 측면에 서요. 상대 오른손이 꺾이면 왼손은 풀려 나오고, 그 왼손으로 상대 왼팔을 세게 밀어 오른손도 풀려 나오게 해요.

넘어지게 될 때 머리는 숙여서 배꼽을 바라보고, 팔은 위로 들거나 몸에 붙여 바닥에 부딪히지 않게 한다.

넘어지게 될 때 머리는 숙여서 배꼽을 바라보고, 팔은 위로 들거나 몸에 붙여 바닥에 부딪히지 않게 한다.

김 원장은 누군가 뒤에서 팔로 끌어안아 붙잡았을 때 풀려나는 방법도 가르쳐줬죠. “몸을 감싼 상대 팔에 두 손을 얹어 꼭 붙잡아요. 그다음 목이 졸리지 않게 고개를 내려 상대 팔 안쪽으로 틀면 고개 반대편에 빈 공간이 생겨 숨을 쉴 수 있어요. 체중을 실어 몸을 아래로 힘껏 내리면 상대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끌어안은 팔을 놓게 돼요. 그사이 빠르게 빠져나가면 된답니다.” 정면에서 다리로 공격할 때는 나를 가격하려는 다리를 꽉 붙잡고 허리에 낀 다음 몸을 앞으로 해 한 발 두 발 나아가면 상대의 중심이 흔들려 쓰러질 수 있어요. 김 원장은 “호신술은 상대가 당황할 수 있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시도해야 하며, 공격 타이밍에 잘 맞춰 사용해야 하죠. 이를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호신술 사용 후에는 상대를 더 공격하지 않고 빨리 도망가거나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했어요.

호신용품은 꺼내는 시간에 더 큰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왼쪽부터 삼단봉·호루라기·호신용 스프레이·호신벨(2개).

호신용품은 꺼내는 시간에 더 큰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왼쪽부터 삼단봉·호루라기·호신용 스프레이·호신벨(2개).

“최근 호신용품이 인기인데, 어떤 것이 있나요?” 시연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삼단봉·가스총·전기충격기·호신용 스프레이·호신벨(호루라기) 등이 대표적이죠. 개인적으로 호신용품을 추천하지 않는 편이에요. 위급한 상황에 가방 등에 넣어둔 호신용품을 꺼내 사용하려다 그 시간에 더 큰 공격을 당할 수 있거든요. 만약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매한다면 뿌리는 것보다 바르는 걸 사는 게 나아요. 뿌리는 건 정확도가 낮거든요. 손에 발라 상대 얼굴에 문대면 훨씬 효과를 볼 수 있죠. 어린 학생들은 힘을 크게 들이지 않는 호신벨이 필요할 수 있어요. 소리로 주변에 자신의 위급함을 알리는 건데 용품에 따라 소리 크기가 달라 구매 시 잘 알아봐야 해요. 또한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곳에서 호신벨을 사용하면 주변 사람들이 못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해요.”

삼단봉을 들고 공격하는 박재인 학생기자를 호신술로 방어하는 구시연 학생기자.

삼단봉을 들고 공격하는 박재인 학생기자를 호신술로 방어하는 구시연 학생기자.

그러면 위험할 때 무조건 상대 공격에 대응해 호신술을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김 원장은 “위험 상황에 처하거나 발견하면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죠. “큰 소리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사람이 많은 건물로 빠르게 피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특히 어린 학생들은 평소 큰길로 다니고, 주변에 CCTV가 있는지 확인하며, 가능하면 혼자 다니지 않아야 해요. 혼자 외출할 때는 부모님께 목적지와 만나는 사람 연락처를 알려야 하죠. 호신술을 사용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최대한 예방할 수 있게 생활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호신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더라도 유도·태권도·검도·합기도 등 체육관을 다니면서 체력을 단련하고 그곳에서 가르치는 호신술을 배우는 것도 좋아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최근 학교에서 호신술을 접하고 호신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그래서 이번 취재가 더욱 기대됐어요. 김형익 원장님께서 ‘호신술은 상대방을 타격하는 것보다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죠. 삼단봉·호신벨·호신용 스프레이 등 여러 호신용품을 다 챙겨 다니는 것보다 호신용품을 꺼내는 시간에 차라리 도망을 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아요. 호신술은 범죄자와 마주쳤을 때, 긴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을 때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됐죠. 호신술을 배우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으니 소중 친구들도 꼭 한 번 배워봤으면 좋겠어요.

구시연(서울 월촌초 6) 학생기자

한국호신술진흥회가 있는 안양으로 호신술 취재를 갔어요. 처음에는 호신술이라고 해서 발차기·주먹질 같은 격한 행동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크지 않는 행동의 자기방어기술과 상대방을 다치게 하면 안 되는 규칙 등이 있었죠. 호신술 동작이 꽤 어렵고 복잡해서 몇 번 실수했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니 빠르게 익힐 수 있었어요. 호신용품은 종류가 많지만, 김형익 원장님은 가급적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위급한 상황에서 호신용품을 꺼내려다 오히려 큰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건 예방인데요. 꼭 큰길로 다니고, 낯선 사람이 말을 걸거나 돈을 주겠다고 하면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호신술로 상대의 공격을 막고 피해야죠. 소중 친구들도 호신술을 배워서 내 몸을 지키길 바라요.

박재인(서울 가원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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