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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혁신 산업 단지까지 들어선다, 식지 않는 中 커피 시장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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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주 마오타이(茅台) 맛을 가미한 루이싱(瑞幸)커피의 장향(醬香)라테가 연일 화제다. 루이싱에 따르면 장향라테는 출시 첫날 542만 잔이 팔렸으며, 단일 제품 기준 판매액이 1억 위안(약 181억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루이싱커피의 장향라테(왼)와 위안양커피의 중국 전통차 블렌딩 커피. 바이두

루이싱커피의 장향라테(왼)와 위안양커피의 중국 전통차 블렌딩 커피. 바이두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그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정도의 변형으로만 커피를 소비하는 대다수의 커피 소비국과 달리 중국은 맛에 있어 다양한 조합, 트렌디한 마케팅을 시도한다. 잠깐 이슈가 됐다가 금방 식어버릴지라도 소비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순기능이 있어 커피 음료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일례로 후난성의 대표 차(茶) 브랜드 차옌웨써(茶顏悅色)의 산하 커피 브랜드인 위안양(鴛央) 커피는 계화우롱차탕에 에티오피아 원두를 블렌딩해 만든 음료를 판매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90% 이상이 커피에 차를 블렌딩한 형태로 소비자의 95% 이상이 젊은 세대다. 장향라테를 개발한 루이싱 커피는 이미 코코넛 음료인 예슈(椰樹)와의 협업을 통해 한차례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씨비앤데이터(CBNData)가 발표한 ‘2023년 중국 도시 커피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영업 중인 카페는 13만 2800여 곳에 달한다. 2021년보다 3만1000개 이상 늘었다. 중국의 커피 산업 규모도 지난 2021년 1651억 위안(약 30조 482억원)에서 2022년 2007억 위안(약 36조 5274억원)으로 확대됐다. 오는 2025년에는 3693억 위안(약 67조 21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소비자의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소비자의 평균 소비량의 10%에 불과하다. 커피 시장의 성장 여력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은 커피 산업을 어떻게 키워나가려고 할까.

글로벌 커피 체인의 ‘아시아’ 시장 공략 1번지, 장강 삼각주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 바로 상하이다.

상하이에서 서북쪽으로 50km 떨어진 장쑤성 쿤산(昆山)에 스타벅스 차이나 커피혁신산업단지가 들어선다. 9월 오픈을 앞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로스팅 공장이자 원두 보관 창고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갖춘 물류 배송 센터와 연결돼 스타벅스 배송 네트워크의 핵심 기지가 될 예정이다.

젊은 인구와 기업이 밀집한 선전(深圳)에도 스타벅스 차이나 혁신기술센터가 9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해당 센터는 고객∙파트너(스타벅스 직원)∙커피∙효율∙ESG 등 5개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쑤성 쿤산(昆山)에 스타벅스 차이나 커피혁신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씨앤뉴스

장쑤성 쿤산(昆山)에 스타벅스 차이나 커피혁신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씨앤뉴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나아가 중국 소비자의 커피 구매량은 더욱 늘어날 여지가 크다”고 언급하면서 “이것이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현재까지 중국 본토 250여 개 도시에서 약 65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중국 본토에 9000개의 스타벅스 매장을 열고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커피 대기업도 중국 커피 소비 일번지인 상하이에 첫 둥지를 틀었다. 2020년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라바차는 상하이에 중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매장을 열었고, 미국 블루보틀은 지난해 중국 본토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블루보틀은 초기 단계부터 상하이 펑푸(彭浦)에 전문 로스팅 공장을 설립해 예멘·코스타리카·볼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소량의 신선한 로스팅 원두를 중국 소비자에게 소개했다.

지리적으로 상하이, 선전 등과 멀지 않은 쿤산은 '국제 로스팅 대회' '중국 국제 커피 산업 대회' '커피 문화 축제' 등이 이 지역에서 열리면서 중국의 '커피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렇게 장강 삼각주 지역은 중국의 커피 산업을 주도하는 하나의 거대한 벨트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넘보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존재감'

특색 있는 중국 본토 커피 브랜드의 약진도 돋보인다. 스페셜티 혹은 시그니처 커피를 무기로 내세운 곳들이다. 루이싱은 말할 것도 없고, 시소커피(Seesaw Coffee), 매너커피(Manner Coffee)도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중국 소비자의 특성과 취향을 면밀히 분석했다는 평가다.

특히 시소커피는 스페셜티 수요가 있는 1·2선 도시를 공략했다. 사업 확장 기회가 있었지만 점포 수를 무분별하게 늘리지 않았고 품질 유지에 집중했다. 그러자 충성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Seesaw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20%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시소커피'. 시소커피 공식홈페이지

중국의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시소커피'. 시소커피 공식홈페이지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브랜드가 있다. 중국판 카누로 통하는 싼둔반(三頓半)이다. ‘3.5끼니’란 뜻의 싼둔반은 하루 세 끼니에 커피로 0.5끼니를 더한다는 의미로, 아주 간편하게 맛있는 커피를 즐긴다는 콘셉트를 제품에 녹였다.

싼둔반(三頓半) 커피. 싼둔반 공식홈페이지

싼둔반(三頓半) 커피. 싼둔반 공식홈페이지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한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며 로스팅 정도에 따라 캡슐 넘버와 컬러를 달리했다. 소비자는 이 믹스커피를 우유, 아몬드유, 생수 등 기호에 맞게 녹여 먹을 수 있다. 2015년 창업한 싼둔반은 4년 만에 네슬레의 매출을 뛰어넘으며 인스턴트 커피 업계 1위로 등극했다. 싼둔반은 10위안 이내의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며 품질 향상에도 지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최초 동결 건조 기술을 도입했으며, 저온 추출 방식으로 커피의 맛과 향취는 최대로 끌어 올린 것.

이렇듯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중국 브랜드는 커피 맛을 알아가는 중국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또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독특한 풍미 ‘윈난성 원두’, 전통 커피 시장인 미국·일본에 수출

중국산 원두 중 95%는 윈난(雲南)성에서 생산된다. 1892년 한 프랑스인이 다리(大理) 빈촨(賓川)현 주쿠라(朱苦拉)촌에 커피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이 시작이다. 이후 1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윈난 커피 산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커피의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

윈난성 원두는 '알이 굵고 맛이 진하면서 쓰지 않은' 독특한 풍미를 지녔다. 윈난성은 지난해 2만t 이상의 커피 생두를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지에 판매했다.

윈난(雲南)성 푸얼(普?)시 쓰마오(思茅)구 소재 커피 농장에서 농부가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신화통신

윈난(雲南)성 푸얼(普?)시 쓰마오(思茅)구 소재 커피 농장에서 농부가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신화통신

윈난성 원두 재배는 중국의 기술 굴기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윈난성 바오산시의 일부 재배 구역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사용해 커피나무의 성장 환경을 다차원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지면의 장비가 강수량과 빗물 pH 농도 등을 모니터링한 뒤 이를 5G 네트워크를 통해 백그라운드로 전송하는 것. 모니터링 중인 커피나무 지표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농부는 적시에 조처를 할 수 있게 된다. 2022년 말 바오산시의 커피 생산량은 2만 2600t이며 전체 산업 사슬의 생산액은 40억 위안(약 7594억 원)을 넘어섰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본 스타벅스는 일찍부터 중국 내 원두 생산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2년 윈난성 푸얼(普洱)시에 '커피 재배자 지원 센터'를 열고 현지 커피 농부들이 물류, 로스팅, 판매, 매장 공유 등과 연결되도록 했다. 곧 스타벅스 차이나 커피혁신산업단지가 문을 열면 윈난 푸얼에서 상하이와 쿤산까지 중국의 단일시장에 커피 산업 사슬 업∙다운스트림의 완전한 폐쇄 루프가 형성될 예정이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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