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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상 없는 고금리 시대 시작"…변곡점 맞은 글로벌 통화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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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하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하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당분간 추가 인상 없이 '고금리 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미국·영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이른바 '금리 슈퍼 위크(super week)' 결과를 평가하면서다.

26일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수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인상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통화정책이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고 말했다. FT는 "세계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면서 경제학자와 금융시장,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주에 통화정책을 결정한 다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 따른 진단이다. 지난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당초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5.25~5.5%에 묶어뒀다. 이어 영국도 기준금리를 연 5.25%에 '깜짝' 동결하면서 14회 연속 이어온 인상 사이클을 멈췄다. 대만(연 1.875%)‧인도네시아(5.75%)와 스위스(1.75%), 남아공(8.25%)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각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영국 중앙은행(BOE)은 정책결정문에서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금리 인상이 노동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의 모멘텀에 영향을 준다는 신호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통화정책이 물가 안정에 충분한지 검증할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긴축 효과와 경제 상황을 살피겠다는 취지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 만기 3.45%, 5년 만기 4.20%로 유지했다. 유동성 공급 정책의 효과를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은행(BOJ)은 22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 목표 실현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마이너스 금리의 수정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면서 '고금리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모건스탠리는 Fed가 현재로써는 금리 인상을 종료했지만, 금리 인하는 내년 3월 시작될 것으로 봤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25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진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일부 신흥국은 금리 인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2분기 들어 칠레·베트남·브라질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에 돌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는 신흥국에 더 확산하겠으나, 미국·유로존 등의 긴축 기조가 지속하면 완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 1년 반 이어진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도 나타났다. 이날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의 세계무역모니터(World Trade Monitor)에 따르면 지난 7월 세계 무역 규모는 1년 전보다 3.2% 위축했다. 2020년 8월 코로나19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잇단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부진 등이 전 세계 상품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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