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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잼버리 사태 될라"…출발부터 삐걱대는 충청권 U대회

중앙일보

입력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으로 유치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U대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면서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성공한 충청권 시·도지사가 지난해 11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성공 보고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성공한 충청권 시·도지사가 지난해 11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성공 보고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과 세종·충남·충북 등 4개 시·도는 지난 13일 세종시 하계U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조직위는 6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법인 설립 등기를 마쳤다. 이어 7월부터 각 시·도에서 인력을 받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 지난해 11월 대회 유치

조직위는 앞으로 충청권 4개 시·도, 중앙부처와 협력해 종합운동장과 수영장 등 하계U대회 개최에 필요한 경기장을 짓는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대회 홍보·마케팅 방안 등도 논의한다. 하계U대회는 2027년 8월 150여 개 나라 1만5000여 명이 참가, 18개 종목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겨룬다.

하지만 대회 준비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개·폐회식 장소로 활용할 경기장 시설이 착공도 못 하면서 자칫 대체 경기장을 찾아야 할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하계U대회 때 대전에서는 개회식, 세종에서는 폐회식이 각각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 도시 선정 유치전에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해 11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 도시 선정 유치전에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개막식이 열릴 대전 유성구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은 최근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재검토’ 의견을 받으면서 착공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행안부는 지난해 투자심사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대전시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12월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 해제 결정·고시를 하더라도 공사가 곧바로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개막식 대전·폐막식 세종, 예산 확보 난항

경기장이 들어서는 곳은 대부분 사유지라 토지 보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대전시는 서남부스포츠타운 대신 월드컵경기장을 ‘제2의 개막식 장소’를 검토고 있다.

세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종시는 폐막식 장소로 지정된 종합운동장을 포함한 종합체육시설을 대평동 일원 18만4728㎡에 건설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토지매입 1864억원과 공사비 2619억원 등 4483억원이 필요하다. 반면 현재까지 반영된 금액은 2억원이 전부다. 정부 예산안에 추가로 반영되지 못하면 하계U대회 개최 전 준공은 어렵다고 한다.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막식일 열릴 대전 서남부스포츠타운 조감도. [사진 대전시]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막식일 열릴 대전 서남부스포츠타운 조감도. [사진 대전시]

기초자치단체 반발도 변수다. 충북 충주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태권도와 유도 경기장 건립을 포기, 대회장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대회 개최 장소에서 배제됐던 충북 제천시는 뒤늦게 체조경기 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직위 등은 “대회 준비 일정이 빠듯해 불가피하다”고 한다.

조직위 자리 갈등…두 달 넘게 허송세월

정치권에선 충청권 4개 시·도가 자리싸움을 하면서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무조정실은 조직위원회에 시·도지사 공동위원장 체제를 1인 위원장으로 변경하라고 요청했다. 공동위원장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했던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공동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조직위도 필요한 인력 가운데 60%만 채워졌다. 사실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체육회와 충청권 4개 시도는 3월 창립총회를 열고 조직위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렸지만, 부위원장·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두 달 넘게 대립했다. 결국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공동위원장, 이창섭 충남대학교 명예교수가 부위원장을 맡아 조직위원회 사무처를 이끌어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지난 6월 2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체육회가 연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체육회가 연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 자치단체는 정부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가 유치한 대회이지만 국제행사인 만큼 중앙정부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대전시, 월드컵경기장 개막식 개최도 검토 

대전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뒤 공사를 시작하면 개막식 전에 준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준공이 어려울 것에 대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치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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