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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懷德(회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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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군자는 가슴에 덕을 품고, 소인은 가슴에 땅(부동산)을 품으며, 군자는 잘못했으면 형벌을 받을 생각을 하고,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혜택을 받을 궁리를 한다.” 『논어』 이인편 제11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덕(德)은 곧 ‘득(得:얻음)’이다.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뭔가 좋은 일을 얻는다면 그 ‘얻음’이 바로 덕인데, 그 덕은 언젠가는 내게로 돌아와 나의 ‘얻음’이 된다. 군자는 늘 가슴에 이런 덕을 품고 산다. 먼저 남에게 베푸는 이타적 삶을 사는 것이다.

懷: 품을 회, 德: 덕 덕. 덕을 품다. 35x74㎝.

懷: 품을 회, 德: 덕 덕. 덕을 품다. 35x74㎝.

이에 반해, 소인은 부의 상징인 땅을 많이 소유할 생각을 품고 산다. 군자는 작은 잘못에도 형벌을 받을 생각을 먼저 하는 반면, 소인은 죄를 짓고서도 누군가의 혜택으로 벌을 면할 궁리를 한다. 2500여 년 전의 말임에도 오늘날의 현실과 딱 들어맞는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리라.

가슴에 덕을 품고 살면 땅이나 돈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지만, 늘 땅이나 돈만 품고 살면 덕은 물론 땅도 돈도 오히려 들어오지 않는다. 설령, 땅이나 돈이 많다고 해도 덕이 없으면 ‘수전노(守錢奴:돈을 지키는 노예)’일 뿐이다. 돈만 지키다가 마치는 삶은 참 가여운 삶이다. 덕으로써 부를 빛나게 해야 아름다운 삶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