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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 문신 뜻대로 됐다…'金 2' 전웅태, 근대5종 2연패 뒤 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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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직후 금메달을 깨물어보는 전웅태.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직후 금메달을 깨물어보는 전웅태. 연합뉴스

남자 근대5종 간판 전웅태(28·광주광역시청)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

전웅태는 2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508점을 획득해 대표팀 동료 이지훈(LH·1492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먼저 진행한 펜싱, 승마, 수영에서 이지훈에 뒤져 레이저 런을 32초 늦게 출발했지만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순위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근대5종은 펜싱과 승마, 수영을 먼저 진행한 뒤 성적에 따라 레이저 런의 출발 시간을 차등 적용해 최종 순위를 가린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제패한 전웅태는 두 대회 연속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권 입상(동메달)에 성공한 데 이어 또 한 번 한국 근대5종의 새 역사를 썼다. 전웅태는 이지훈과 정진화(LH·1477점)의 성적을 합산(4477점)해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에서도 중국(4397점)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근대5종 남자 개인전 우승 직후 환호하는 전웅태. 오른팔에 오래도록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문신을 했다. 장진영 기자

근대5종 남자 개인전 우승 직후 환호하는 전웅태. 오른팔에 오래도록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문신을 했다. 장진영 기자

전웅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매일 하루 15시간씩 훈련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9시까지 5종목을 돌아가며 훈련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명절도, 공휴일도 없었다. ‘운동 좀비’ 같은 삶이 가능했던 건 ‘긍정의 힘’이었다. 전웅태는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훈련할 때마다 ‘금메달은 나의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될 놈’이라 되뇌며 마음을 다잡는다”면서 “훈련이 고되다 느껴질 땐 ‘말 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믿음 하나로 버틴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팀워크다. 근대5종은 소화해야 할 종목이 많아 일정이 빡빡하다. 때문에 단체전에서도 각자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며 ‘나홀로 플레이’를 펼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 세기 넘게 이어져 온 개인주의 흐름을 대한민국 대표팀이 바꿨다. 한국 선수들은 일정이 없을 때 쉬거나 훈련하는 대신 동료의 경기장을 찾아 목청껏 ‘화이팅’을 외치며 힘을 실어줬다. 개인보다 팀을 앞세우는 한국 특유의 분위기는 초창기엔 ‘별난 행동’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랭킹이 동반 상승하면서 점차 ‘배워야 할 모범 사례’로 바뀌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현장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근대5종 우승자 전웅태를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뉴스1

항저우 아시안게임 현장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근대5종 우승자 전웅태를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전웅태는 “최근에는 국제대회에서 자국 동료들을 응원하는 외국 선수들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확 바꾼 경기장 분위기에 대해 K-컬처, K-팝처럼 ‘K-펜타슬론’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유서 깊은 종목의 문화를 우리 손으로 바꾼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웅태의 오른쪽 팔뚝에는 고래와 왕관, 닻, 나침판을 조합해 완성한 문신이 있다. 5년 전 ‘정상급 경기력을 오래 유지한다’는 각오를 담아 새긴 것이다. 그는 지난해 남자 세계랭킹 1위(현재는 6위)에 오르며 문신에 담은 꿈을 실현했다. 목 뒤에 추가한 오륜기와 월계수 잎 문신에는 올림픽 금메달의 의지를 담았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그의 꿈은 내년 파리올림픽 포디움 맨 위에 서는 것이다. 지난 2021년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들이 근대5종을 잘 몰라 안타깝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그에게 진행자 서장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된다”고 명쾌한 처방을 내려줬다. 전웅태는 “근대5종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봤지만, 성적으로 보여드리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더라”면서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승 직후 활짝 웃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전웅태. 연합뉴스

우승 직후 활짝 웃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전웅태. 연합뉴스

경기 후 전웅태는 “내년 파리올림픽을 위한 관문을 잘 넘어간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시작을 잘 연 것 같아 기쁘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기운을 이어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선수들이 나를 보며 더 무서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은 앞서 열린 여자 개인전에서 김선우(경기도청)가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것을 포함해 근대5종에서 남녀를 통틀어 5개의 메달(금 2개, 은 2개, 동 1개)를 합작하며 최고의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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