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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하니" 명절 질문 해결…157 커플 이어준 '결혼원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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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에서 진행하는 결혼 프로그램에서 만나 2018년 결혼식을 올린 김민기(37)·신선아(37)씨 부부. [사진 부부 제공]

대구 달서구에서 진행하는 결혼 프로그램에서 만나 2018년 결혼식을 올린 김민기(37)·신선아(37)씨 부부. [사진 부부 제공]

“지자체에서 만든 결혼 장려 프로그램이라서 믿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용기 내 보세요.”

대구 달서구에 거주 중인 결혼 6년 차 김민기(36)·신선아(36)씨 부부가 한 말이다. 이 부부의 만남은 특별하다. 지역 중등교사로 근무하는 김씨는 2018년 달서구에서 만든 결혼 장려 프로그램에서 신씨와 만난 뒤 5개월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결혼 장려 프로그램에 신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분도 있는데 지자체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검증됐다고 생각한다”며 “아내를 만나게 해준 달서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신씨를 이어준 건 2016년 7월 달서구에 만든 결혼장려팀이다. 2015년만 해도 달서구는 인구 60만 명 이상으로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서울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지역 성서산업단지 침체 등으로 인구가 줄었다. 이에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결혼 장려 사업으로 저출산을 극복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구청 6층에 결혼장려팀이 문을 열었고, 2년 뒤인 2018년엔 전국 최초로 ‘결혼특구’를 선포했다. 현재 결혼장려팀은 ‘결혼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미혼남녀 300명을 등록·관리하며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2018년 6월 달서구 이월드에서 열린 ‘사랑은 롤러코스터를 타고’에서 신씨를 처음 만났다. 미혼 남녀 30명이 놀이공원에서 만나 미팅·커플매칭 등에 참가해 최종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었다. 김씨는 “제일 먼저 도착해서 긴장한 상태로 앉아있었는데 한 여성이 다가오면서 인사를 했다”며 “첫눈에 반했는데 다른 분도 아내를 마음에 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날 굉장히 열심히 참여한 것 같다”고 웃었다.

2017년 10월 19일 대구시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웨딩드레스와 예복을 차려입은 달서구청 직원들이 미혼남녀의 이색축제 ‘두근두근 페스티벌’을 홍보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10월 19일 대구시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웨딩드레스와 예복을 차려입은 달서구청 직원들이 미혼남녀의 이색축제 ‘두근두근 페스티벌’을 홍보하고 있다. 중앙포토.

결국 최종 커플 매치에서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고, 그날 행사가 끝난 뒤 2시간이 넘게 연애와 결혼·육아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해 11월 결혼한 두 사람은 2020년 아들을 낳았다. 김씨는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오셔서 그런지 당시 프로그램에서 우리 말고도 절반이 커플이 됐다”며 “이듬해에 학교 동료에게도 추천해 참여하더니 커플이 돼서 왔다”고 웃었다.

달서구는 참여자 흥미 유발과 높은 만족도를 위해 두근두근 하늘열차 데이트(2019년), 커플링 선사(先史)데이트(2020년), 빵긋빵긋 달토기빵 데이트(2021년), 콩닥뚝딱 목재데이트(2022년), 모여라~3삼5오(2023년) 등 이색적인 결혼 장려 프로그램을 64회 운영했다. 특히 올해 추석을 앞두고 지난 14일 진행한 ‘두근두근 페스티벌’에서는 프러포즈 이벤트와 커플 게임 등이 마련돼 미혼남녀가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달서구는 직장생활로 바쁜 자녀를 대신해 부모가 직접 사위·며느리를 찾는 자리도 주선한다. 2020년부터는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내 자녀 천생연분 찾는데이(day)’를 열고 있다.

중매 성과는 상당하다. 지금까지 157커플이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게 달서구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문의도 끊이질 않는다. 결혼장려팀 관계자는 “만남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홍보하는지 등등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2020년 6월 대구 달서구청에서 열린 '커플매니저 엘리트 과정' 개강식에서 달서구 주민들로 구성된 커플매니저(결혼장려 봉사자)들이 달서구에서 시작된 결혼 바램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원하는 종이학 날리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6월 대구 달서구청에서 열린 '커플매니저 엘리트 과정' 개강식에서 달서구 주민들로 구성된 커플매니저(결혼장려 봉사자)들이 달서구에서 시작된 결혼 바램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원하는 종이학 날리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달서구에서는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 신랑·신부를 위해서 야외 결혼식장(월광수변공원·배실웨딩공원·이곡장미공원·달서아트센터 등)을 무료 개방하고 있다. 맞춤형 결혼상담실, 웨딩플래너 양성과정, 커플매니저 양성과정을 운영해 합리적 결혼문화 확산에도 애쓰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대한민국 결혼1번지 달서구가 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결혼 친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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