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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의민주주의 위협한 이재명의 ‘개딸’ 팬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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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에 슬퍼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에 슬퍼하고 있다. [뉴스1]

어제 국회 앞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이 알려지자 분노한 일부 지지자들이 국회로 향했다. 국회로 연결되는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지지자들이 밀고 당기는 사이 사전에 내려놓은 차단 셔터마저 파손됐다. 일부는 경찰에 물을 뿌리고 발로 셔터를 차며 대치했다. 표결 직전 온라인에선 부결을 약속한 국회의원 110여 명의 명단이 돌았다. 지난 2월처럼 가결표를 던진 이들에 대한 색출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엔 지역구 행사나 개인 일정까지 찾아가 욕설을 퍼부었다. 평소에도 자기 생각과 다른 의원에게 ‘문자폭탄’이나 ‘18원’ 후원금을 보냈다. 지난주에는 이 대표의 단식장에서 소위 ‘개딸’로 불리는 이들이 질서유지를 하던 여경 2명을 가위로 찌르거나 자해 소동까지 벌였다.

민주당의 극성 팬덤은 당의 정체성뿐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질서까지 흔든다. ‘민주’란 단어에 담긴 핵심 가치는 다양성이다. 효율적 의사 결정을 위해 다수결을 용인하지만, 소수 의견도 존중하고 다수의 횡포를 막는 게 민주적 결정 방식이다.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고 견제와 균형의 3권분립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포위한 극성 팬덤은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깡패와 다를 게 없다. 공천에 목마른 의원들은 팬덤에 휘둘리고, 당은 민심에서 멀어져 간다. 원내 1당 민주당의 정상화는 먼저 극성 팬덤과의 결별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