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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체포동의안 가결…회복 어려울 정치적 상처 입은 이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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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가 어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집계된 투표 결과를 보면 민주당에서도 최소 29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 개인의 방탄용 사당(私黨)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정도를 걷는 공당이 될 것인지 선택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더는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의 대다수인 130여 명은 반대표를 던져 체포동의안은 정족수에서 딱 1표 넘긴 턱걸이로 가결됐다. 이들은 이 대표 지키기, 아니 정확히는 자신들의 공천권을 지키기 위해 불체포특권을 고수한 의원들이다. 대부분 친명계인 이들의 주도 아래 민주당은 올 들어 노웅래·윤관석·이성만 등 비리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4연속 부결시켜 ‘방탄 정당’ 오명을 자초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공천 관련 자금수수 혐의로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안은 가결시켰으니 ‘내로남불 정당’이란 비아냥이 과하지 않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자당 의원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체포동의안 부결을 남발한 잘못을 국민에게 사과하고, 상식과 공정의 정치를 펴나가야 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은 커졌다. 특히 6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다가 동의안 표결 전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대놓고 부결을 요청한 이 대표의 리더십은 회복이 힘든 손상을 입었다.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식언의 정치인’이란 낙인은 이 대표 본인은 물론 민주당에도 두고두고 큰 족쇄가 될 터이다. ‘심리적 분당 상태’란 말까지 나올 만큼 어지러운 당내 상황도 요동칠 형국이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비명계는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이 대표와 친명계는 이에 맞서 ‘옥중공천도 불사한다’는 식의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총선을 반년 앞둔 상황에서 분당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극심한 내홍에 빠질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민주당이 살길은 하나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영장 심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본인 주장대로 검찰 수사가 터무니없는 정치 수사인 게 사실이라면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것 아니겠는가. 반면에 영장이 발부된다면 민주당은 법원 판단을 존중해 리더십 혁신과 재정비에 들어가야 한다. 내분을 막고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 대표 본인이 거취에 용단을 내리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국민의 신망을 받는 양심적인 큰 인물로 당의 리더십을 개혁해 환골탈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만이 민주당의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