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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들 “내가 알던 민주당 맞나, 수박 솎아내자” 거친 욕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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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일부 지지자들이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출입구를 통해 국회로의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역 출입구 셔터가 훼손됐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일부 지지자들이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출입구를 통해 국회로의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역 출입구 셔터가 훼손됐다. [뉴스1]

2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 대표 지지자들은 늦은 저녁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못하고 거친 욕설과 울분을 토해냈다. “×× 이게 나라냐. 수박 ××들” “수박을 솎아내야 한다”는 고성이 곳곳에서 들렸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로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경멸적 표현이다.

이 대표의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등은 오전부터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검찰 독재정권의 야당 탄압 저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40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국회의사당역과 더불어민주당사 주변 등 여의도 일대에 기동대 63개 부대 3700여 명을 투입했다.

분위기는 국회 본회의가 열린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설명이 시작되자 지지자들은 거센 표현을 쓰며 부결을 주장했다. 단상에 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조선 제일 검이라고 부르던데 사실은 사이코패스다. 윤석열(대통령)과 한동훈(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며 “정의당이 체포동의안 찬성에 나서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지지자들이 촛불집회를 하는 모습. [뉴스1]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지지자들이 촛불집회를 하는 모습. [뉴스1]

표결이 시작되자 현장은 초조감으로 가득했다. 참석자들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빠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하자 이들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분노와 슬픔으로 뒤바뀌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지켜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땅에 내팽개쳤다. “이재명 대표 살려내”라며 얼굴을 감싸고 오열하는 여성 지지자도 눈에 띄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내가 알던 민주당이 맞냐”고 외치는 이도 있었다. “검찰 독재정권. 검사 ××놈들” 등 현 정부를 향한 분노도 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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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참석자들은 “국회로 쳐들어가서 항의하자” “검찰로 가서 부숴버리자” 등의 극단적 발언을 쏟아냈다. 주최 측은 “잠시의 좌절일 뿐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다. 질서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며 제지했지만, 흥분한 참석자들은 오히려 주최 측을 향해 “너희가 수박이다”며 격하게 항의했다. 경찰과 서울메트로 9호선은 정오쯤부터 국회의사당역 1·6번 출입을 부분 통제하다가 체포안 가결 이후 일부 출구 셔터를 내렸다. 하지만 흥분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셔터를 뜯어내고 진입을 시도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한 지지자는 경찰을 때린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과 비슷한 시도가 벌어졌다”며 “민주적 의사 표현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는 지나친 팬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후 7시부터는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와 민주당 당사 앞으로 나눠 야간집회가 진행됐다. 무대에 선 한 남성은 “이번 사건은 제2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이다”며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옥중 공천해서 총선 승리하자”고 말했다. 집회는 오후 8시20분쯤 마무리됐다. 지지자들은 “다음은 법원에서 만나자”며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때 재집결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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