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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 찍은 박광온, 전날 비명과 긴급회동…이재명 메시지 뭐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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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부’라는 글씨가 비치는 투표용지를 제출하는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다수 이탈표가 쏟아지면서 박 원내대표의 당내 부결 설득전은 무위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반으로 접힌 용지 사이로 '부'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연합뉴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반으로 접힌 용지 사이로 '부'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연합뉴스

21일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당 운영에 대한 우려, 당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 고려해서 원내대표와 당 대표가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오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함께 부결해달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지도부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으로 ‘통합을 위한 부결을 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단식 중인 이 대표가 입원한 녹색병원을 찾아 이 대표와 따로 면담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 대표와의 대화를 전하며 “(이 대표는) 당 대표나 지도부의 당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며 “당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고 의원들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지도부가 다함께 마음을 모아서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이 당 지도부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기구 설치도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21일 오전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이 대표는 전날(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부결을 요청했다. 국회사진기자단

21일 오전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이 대표는 전날(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부결을 요청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를 만나 전날 밤까지 각 계파 의원들의 의견을 모은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중립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20일 ‘더좋은미래’와 ‘민주주의4.0’ 소속 의원들이 각각 회동했고, 그 회동이 끝난 뒤 박 원내대표가 각 모임에 소속된 복수의 의원들과 함께 만나 절충안을 논의했다. 이후 박 원내대표가 직접 비명계 의원들에게 ‘이 안으로 함께 가자’며 부결을 설득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더좋은미래는 중립 성향의 당내 최대 의원모임이고, 민주주의4.0은 친문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모임이다.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소개한 ^새로운 기구설치^통합적 당 운영 등은 총선 공천 탈락을 우려하는 비명계를 달래기 위한 절충안의 내용들이었던 셈이다.

20일 밤 회동이 끝난 후 비명계로 분류되는 신동근 의원이 의원들의 단체 SNS 대화방에 ‘통합과 비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절충안을 올렸다고 한다. 이에 의원들이 별다른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그 절충안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초선의원)는 해석이 많았다.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통합기구 설치안에 대해 “전체 공감대를 이룰 수밖에 없는 제안”, “좋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의 부결 설득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비명계로 꼽히는 수도권 의원은 “사실 통합기구 설치라는 말은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그럼 이제까지 통합적 당 운영을 안 했다고 시인한 건가”라며 “어제오늘 사이에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뛰면서 의원들 사이에 부결 쪽으로 움직임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기구 설치는 마치 ‘김은경혁신위’처럼 당 대표 마음대로 하겠다는 걸로 들렸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결과적으로 절충안보다 당 대표가 어제(20일) 사과 하나 없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뒤엎은 메시지를 낸 게 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당내에선 비명계로 구성된 원내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일고 있다. 친명계로 꼽히는 초선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애초에 왜 당론으로 부결을 결정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물러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원외인사로 구성된 ‘더민주혁신회의’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당대표를 지키지 못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녹색병원 앞에는 지지자 3명만 자리를 지켰고 충돌이나 특이사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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