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저작권 국내 중개업 일사 상륙 비상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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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 해외저작권 중개업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미국의 트랜스리트 에이전시가 문을 닫았다..
재미작가 김은국씨(리처드 김)가 미국 매사추세츠에 설립·운영해오고 있던 트랜스리트 에이전시는 지난 8월1일자로 미국 및 유럽 일원의 거래에이전시와 출판사에 서한을 보내 지금까지 해온 일체의 국제저작권 중개업에서 손을 떨 것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 졌다.
트랜스리트측은 이 서한에서 『우리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근 4년동안 국제저작권과 관련, 한국출판계의 위치개선·이미지향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봤다』고 지적하고『이제 원칙적으로 그 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게됐다는 판단에서 트랜스리트의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랜스리트의 업무중단 결정은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그 동안 이 회사가 국제저작물의 한국어 번역권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국내 저작권중개업의 자생적 발전을 가로막고있다는 비난을 수없이 들어왔고 당초 생각과는 달리 상업적 이익마저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부정적 압력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랜스리트 에이전시는 미국·유럽의 유수 출판사 및 에이전시 20여군데, 미국 대학 출판부 10여군데와 한국어번역권 독점 계약을 하고 있어 『적어도 영·미어권 신간서적을 한국어로 번역 출판하려는 사람은 트랜스리트의 김씨를 거치지 않고는 일의 성사를 바랄 수 없다』는 말까지 들어 왔었다.
트랜스리트 에이전시가 문을 닫게 됨에 따라 국내 저작권 중개업자들은 해외 진출에 얼마간 숨통이 트이게 됐으나 그 틈을 타 일본의 국제 저작권 중개회사인 터틀모리 에이전시가 한국어 번역권 장악을 위한 획책을 표면화하고 나서는 바람에 다시 한번 심각한 걸림돌을 맞이하게 됐다.
종전직후 미일합작으로 설립돼 40여년의 전통을 갖고있는 터틀모리 에이전시는 동북아시아권의 국제저작권업무서 한 손에 틀어쥘 의도로 지난해말 대만의 애플 에이전시를 흡수통합한데 이어 한국의 유수 중개업체이며 재휴선인 신원에이전시에도 합병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의는 한국측의 거절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터틀모리사는 그후에도 한국어 번역권의 독점중개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해와 영미 일원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의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판 전문지인 퍼블리셔즈 위클리는 올봄『터틀모리가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저작권까지도 중개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실었고 터틀모리측도 지난 7월 자사거래 에이전시들에 공문을 보내 『터틀모리가 한국의 신원에이전시를 통해 한국어번역권을 취급하게 됐다』고 통고하기도 했다.
제3국인 일본의 중개업자가 한국어 번역권을 가질 경우 외국저작물을 번역 출판하는 국내출판사는 거래에 불필요하고 복잡한 과외의 절차를 거쳐야할 뿐만 아니라 비용과 관련한 엄청난 불리를 감수해야하며 실제로 터틀모리측의 개입 때문에 절차·비용이 문제가 돼 번역권상담이 결렬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한 저작권중개업자는 『트랜스리트가 문을 닫은 것은 한국 저작권 중개업의 발전을 염두에 둔 김은국씨의 용단으로 높이 평가합 일이나 이제 일본 터틀모리측의 한국 시장 잠식문제가 더 큰 걸림돌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한국어 번역권율 일본이 갖겠다는 것은 이스라엘어 번역권을 독일이 갖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과거의 양국관계에 비추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세계 에이전시들에 분명히 알려야한다』고 말했다.<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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