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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 여러분 국가도 위협…어린이 납치해 인종 말살”

중앙일보

입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침략이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의 식량과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악(evil)’으로 규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연설에 직접 참석해 “러시아는 점령지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받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려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지난 7월 흑해 곡물 협정을 중단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으면서 곡물 가격이 오르는 등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총회 땐 미리 녹화한 연설 영상만 보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상징이 된 국방색 티셔츠를 입고 연단에 올라 약 15분 동안 연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위험에 관해 “러시아가 핵에너지까지 무기화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시도는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분 국가까지 겨냥한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가 과거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사례를 상기시키며 “러시아의 목표는 여러분을 상대로 우리 땅과 국민을 무기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1994년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포기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언급하며 “러시아는 핵무기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악’으로 칭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악은 믿을 수 없다”며 “프리고진에게 물어보라”고도 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과거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었지만,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에 반란을 일으킨 뒤 지난달 갑자기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수만명의 어린이를 납치했다”며 “러시아에 있는 이들 어린이는 가족과 모든 관계가 끊어진 채 우크라이나를 증오하도록 교육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명백한 인종 말살(genocide)”라고 강조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평화공식을 세계 약 140개국이 지지하고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에 유엔 정상을 초청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이 끝난 뒤 어떤 나라도 감히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침략에 반대하는 모든 이가 참석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자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고 전범은 처벌받아야 한다”며 “단결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영광을(Slava Ukraini)”이라며 연설을 끝맺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먹을 쥐고 격정적으로 말할 때마다 각국 정상은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현장에는 러시아 대표부의 드미트리 폴란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 등이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연설 동안 수첩에 무언가를 적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엔총회에 불참했으며, 오는 23일 예정된 연설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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