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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아니었다? 트럼프 때리던 법무장관, 바이든 차남에 칼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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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탁했던 메릭 갈런드(71) 법무장관이 최근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53)에 대한 특검 수사를 결정하면서 내년 바이든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탁했던 메릭 갈런드(71) 법무장관이 최근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53)에 대한 특검 수사를 결정하면서 내년 바이든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발탁했던 메릭 갈런드(71) 법무장관이 바이든의 대선 가도에 장애물로 떠올랐다. 갈런드 장관이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53)에 대해 특검 수사를 결정하면서다. 당초 검찰과 플리바게닝(유죄·형량 협상)을 시도하며 아버지의 대선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던 헌터는, 최근 갈런드가 임명한 특검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과 갈런드의 사이가 점차 냉랭해지다가 이제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경색된 건 지난달 11일, 갈런드가 헌터에 대해 특검 수사를 결정하면서다. 갈런드는 데이비드 와이스(67) 델라웨어주 검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와이스는 2018년 트럼프가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던 인물로, 2019년부터 헌터의 마약, 탈세, 총기 불법보유 등 혐의를 수사해왔다.

지난 6월 헌터 바이든(오른쪽)은 검찰과 플리바게닝을 해 내년 아버지의 대통령 선거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전략을 폈지만 실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헌터 바이든(오른쪽)은 검찰과 플리바게닝을 해 내년 아버지의 대통령 선거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전략을 폈지만 실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지난 6월 헌터는 검찰과 플리바게닝을 통해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짐을 덜어줄 계획이었다. 헌터가 탈세 혐의를 인정하고 보호관찰 기간 2년 동안 마약·총기 관련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검찰도 불법 총기소지 등 혐의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시나리오였다. 여기엔 내년 대선 전에 재판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거라는 헌터 측의 계산이 깔렸다. 미 언론도 "백악관에 부담이 될 긴 법정 다툼을 피하게 됐다(워싱턴포스트·WP)"며 바이든에게 청신호로 해석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재판을 맡은 메리옐런 노레이카 판사는 "고무도장(시키는 대로 하는 역할)이 되지 않겠다"며 검찰과 헌터 측에 입장을 자세히 물었다. 이 과정에서 탈세 혐의와 관련해 해외 로비 활동도 면책할지를 두고 양쪽 입장이 갈렸고, 결국 헌터 측에서 "플리바게닝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노레이카는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탄핵 조사와 아들의 기소라는 이중 타격으로 큰 시련을 겪고있다"고 보도했다. UPI=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탄핵 조사와 아들의 기소라는 이중 타격으로 큰 시련을 겪고있다"고 보도했다. UPI=연합뉴스

협상이 결렬된 뒤 공화당은 기세를 몰아 "바이든 정부가 헌터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느라 무리하게 '봐주기식 협상'을 했다가 법정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12일엔 바이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결국 갈런드는 특검 카드를 선택했고, 지난 14일 특검은 기소를 유예하기로 했던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헌터를 재판에 넘겼다. WP는 "탄핵 조사와 아들의 기소라는 이중 타격(double blow)이 바이든에게 큰 시련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헌터에 대한 특검 수사는 바이든에게 치명적인 요소다. 특검은 헌터의 우크라이나·중국 기업에 대한 불법 로비 의혹 등 여러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권을 갖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역 연방검사의 협조가 없어도 특검이 선택한 지역에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추가 혐의가 적용돼 재판이 내년 대선 국면까지 이어질 경우, 바이든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매릭 갈런드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등 혐의에 대해 잭 스미스(왼쪽)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를 개시하도록 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매릭 갈런드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등 혐의에 대해 잭 스미스(왼쪽)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를 개시하도록 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측은, 헌터에 대한 특검 개시가 공화당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WSJ에 "(갈런드는) 냉정하게 정의를 추구한다기 보다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차단된 것처럼 보이려는 '지나친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갈런드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민감한 문제에 대해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작용했을 것(NYT)"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고 바이든으로선 대놓고 갈런드와 맞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정치 간섭 없이 법무부의 독립성을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갈런드를 발탁한 게 바이든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갈런드는 트럼프의 기밀문서 유출, 1·6 의회 폭동 선동 혐의에 대해 잭 스미스(54) 특검을 임명하기도 했다. NYT는 "서로 사법 스캔들에 초점을 맞추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미래가 갈런드에 달려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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