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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전 IC8, 욕 아닌데요?"…숨진 교사의 35년차 후임도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의 병가 기간 중 대신 학급을 맡은 35년 차 기간제 교사도 교권 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숨진 교사가 병가를 낸 이후 2019년 12월부터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후임으로 근무한 기간제 교사 A씨도 수업 중 학생의 욕설을 듣거나 정당한 학생 지도에 학부모 민원이 제기된 데 충격을 받아 며칠 만에 그만뒀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 음식점 출입문과 유리창에 각종 비난을 담은 쪽지가 가득 붙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 음식점 출입문과 유리창에 각종 비난을 담은 쪽지가 가득 붙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A씨는 "해당 학급에서 있었던 일은 35년 경력에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며 "반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1학년 특유의 해맑고 명랑한 분위기보다 일부 학생들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주눅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또 "출근한 첫날부터 관리자를 포함한 부장들로부터 일부 학생들은 건들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받았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부족한 교과 내용을 설명하는 도중 한 아이로부터 욕설을 들은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마주 보고 설명해주고 있는데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쳐다보니 내 눈을 바라보고 '북대전 IC8, 북대전 IC8'을 반복해서 말했다”면서 "아이에게 '너 욕했니?'라고 물었더니 '그냥 북대전 IC를 말한 거'라고 하더라. 너무 충격을 받아 더는 가르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 학생이 다른 아이의 손등을 심하게 꼬집어 따로 불러 이를 지도하자 학부모가 A씨에게도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A씨는 "학교 관리자로부터 학부모가 생활지도에 불쾌해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정당한 지도임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등 더는 기간제 근무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10여일 정도만 일한 뒤 일을 그만둬야 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35년 차 기간제 선생님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을 혼자 견뎌야 했다"며 "지금도 교사가 교권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없고 혼자 싸우고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전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숨진 교사는 경찰 및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 외에 4년간 총 14차례의 학부모들의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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