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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왕이 12시간 몰타 회동, 11월 미·중 정상회담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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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만나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빈 회담 후 4개월 만인 이번 회담은 이틀에 걸쳐 12시간 동안 진행됐다. [신화=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만나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빈 회담 후 4개월 만인 이번 회담은 이틀에 걸쳐 12시간 동안 진행됐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6~17일(현지시간)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다.

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17일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같은 입장을 냈다. 회담은 이틀에 걸쳐 12시간 동안 진행됐다.

미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회담에서) 미·중 양자관계 주요 현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양안 문제 등 글로벌 및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며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개월간 추가 고위급 접촉과 주요 분야에서의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은 지난해 11월 발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달성한 공동 인식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아시아·태평양 사무 협의와 해양 사무 협의, 외교정책 협의를 여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두 사람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와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지역·국제 문제에 관해서도 토론했다고 덧붙였다. 의제에 지난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두 외교 수장의 회동은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뒤 4개월 만이다. 지난 2월 터진 정찰풍선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지만 이를 계기로 양국은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 8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 장관급 인사들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면서 고위급 소통 채널이 복원됐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열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이번 회동의 의제였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약속했다고 언급한 ‘추가 고위급 협의’는 왕 부장의 방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왕 부장은 이번 주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유엔총회 대신 모스크바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 때문에 몰타회담 일정을 급히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왕 부장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블링컨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 당시 합의한 왕 부장의 방미가 성사된다면 11월 미·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왕 부장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났다. 앞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왕이 위원이 18~21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18차 중·러 전략안보협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뉴욕 유엔총회 대신 모스크바를 택한 왕 부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까닭은 최근 북·러 간 밀착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입장 때문이다. 왕 부장은 방러 기간 중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푸틴 대통령 방중과 11월 시 주석 방미가 어떤 식으로 조율될지가 향후 미·중 및 북·중·러 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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