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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혐의 9개로 늘었다…21일 체포 표결 땐 한동훈과 2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백현동 개발 비리와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배임,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증교사 등 4개 혐의다. 지난 3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할 때 적용한 배임 등 5개 혐의를 합치면, 이 대표의 범죄혐의는 무려 9개로 늘어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1일 국회에 출석해 이 대표 체포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대장동·성남FC 사건 체포동의안을 설명한 데 이어 이 대표와 ‘2라운드’를 하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영장 재청구 없이 이른 시일 내에 이 대표를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더 이상 수사를 장기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성남시가 백현동 개발을 진행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가 최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짜고, 자신의 첫번째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김인섭씨의 청탁에 따라 백현동 개발업자 정바울씨에게 부지 용도상향 등 특혜를 제공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는 이 대표의 특혜 제공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없이 아파트 건설을 단독 시행하면서 1356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또 김씨는 청탁 대가로 77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배임액수를 200억원으로 산정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입은 손해액이다. 이 액수 산정에는 성남도개공이 법령상 참여가 예정돼 있었고, 사업 초기 개발업자 정씨가 성남도개공에 20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을 주저하다 갑자기 사업을 허가한 배경에는 과거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김인섭씨와의 유착이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 대표가 받는 핵심 혐의는 제3자 뇌물죄다. 검찰은 2019년 1~4월 대북제재로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500만 달러 상당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을 못하게 되자, 이 대표가 이화영 전 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500만달러를 대신 보내게 했다고 밝혔다. 2019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김 전 회장에게 이 대표의 방북을 추진해달라는 부탁을 하며 차량 등 의전 비용 명목으로 3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건네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쌍방울에 독점적 북한 사업 기회를 주고, 기금 지원도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쌍방울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송금이 이 대표와 관련이 없다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경기도에서 추진한 사업이었고, 이 대표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본인의 치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쌍방울이 아닌 이 대표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이 대표가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에 주라고 한 동기에 대해서도 ▶대북사업을 통한 당내 지지도 상승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와 달리 이 대표는 수행단에서 제외된 데 따른 정치적 입지 훼손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렇게 총 800만 달러가 북한에 흘러들어간 과정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별도로 적용했다.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단순 인지한 정도가 아니라 관여했다는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엔 위증교사 혐의도 포함됐다. 이 대표의 백현동 비리 혐의를 수사하던 중 이 대표가 다른 재판에서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씨의 측근이자 전임 김병량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모씨에게 위증을 부탁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02년 검사 사칭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잘못한 게 없는데 누명을 썼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이 대표 영장 청구서에서 백현동과 대북송금 사건을 ‘권력형 지역토착비리’와 ‘정경유착 범죄’로 규정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을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재판기록을 유출하는가 하면, 측근 김용씨 재판에서도 위증을 교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벌어져, 이러한 위증과 증거인멸 정황도 구속 필요 사유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증거인멸 등의 최종적 이익이 이 대표에게 귀속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병원에 후송된 날 영장을 청구하게 된 데 대해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 하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아직은 기력이 전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대표는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이 대표는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는 일체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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