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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외압" 부동산원 노조 내부고발…통계 조작은 계속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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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영 감사원 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최달영 감사원 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부동산원 조사원들의 내부 고발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감사원은 지난 2019년 가을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소속된 부동산원 노동조합에서 경찰 정보관을 통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에 외압을 가하고 있다”고 제보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원 직원들이 경찰을 통해 직접 통계가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원 노조의 제보에도 통계 조작은 계속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11월, 관련 내용은 경찰청 정보 보고를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전달됐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진상을 파악해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실에 경고성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그럼에도 국토부의 통계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국토부 관계자 등이 한국부동산원에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수차례 압박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의 통계 조작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특정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으면 지역 부동산원 지사장이 국토부로 호출됐으며, 부동산원 본사도 지사 조사원들에게 특정 숫자를 제시하면서 ‘상승률이 이 숫자 이상으로 나오게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특히 부동산원 직원들은 통계 중간 집계값 보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2017년 8월부터 4년간 12차례나 냈지만, 청와대·국토부 등은 이를 2017년 말 잠깐 중단했다가 한 달 만에 재개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 보도자료에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한국부동산원에 1주일마다 공식 발표되는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의 확정치가 아닌 별도의 ‘주중치’와 ‘속보치’를 사전에 보고하라고 요구한 내용이 담겨있다. 공식 발표 전 통계 관련 자료의 사전 유출은 통계법상 불법이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전 정부 인사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다만 김 전 장관을 비롯해 감사원이 수사 의뢰를 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승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모두 “조작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문 정부 청와대 참모 및 장관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도 “통계 조사와 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 조사원들이 참여한다. 모든 이들이 조작의 의도를 가지고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감사원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이 성립될 수 있다”며 통계 조작을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통계 조작 감사 결과에 대해 “국가의 기본 정책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한 정부는, 기업으로 치자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상대방인 해외 투자자와 해외 시장을 기망한 것”이라며 “책임을 묻고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도 회계 조작의 공범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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