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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중 배상윤 회장측 "조폭 아니다, 옥중경영 가능할때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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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56) KH그룹 회장이 "옥중 경영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귀국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 수배 상태인 배 회장은 "범죄인 인도 협력이 잘 이뤄지는 미국을 제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배 회장의 핵심 측근은 최근 중앙일보에 "배 회장은 오너 승인이 필요한 주요 사업은 해외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그룹을 정리하고 각 계열사가 정상 운영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옥중 경영을 할 수 있으니까 그때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측근 C(61)씨는 이달 초 "배상윤 회장이 중앙일보의 '조폭의 세계'에 나온 자신에 대한 부정적 묘사에 대해 불만이 있어 해명하고 싶다"며 "조폭 이미지를 언론이 부추겨 회사(KH그룹)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취재진에게 연락을 해왔다. (※프리미엄 서비스 더 중앙 플러스 ‘2023 조폭의 세계’ 시리즈 중 8월 22일자 '하얏트 거머쥔 배상윤의 몰락' 참조) 취재진은 이달 4일과 12일 두차례 C씨를 만나 배 회장의 근황과 심경을 전해 들었다.

본지는 C씨 증언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C의 주변을 취재했다. C씨가 KH그룹 핵심 계열사의 등기임원이며, 주요 언론사의 간부 출신으로 배 회장의 '언론 특보' 역할을 맡고 있고, 배 회장의 고향(전남 영광) 선배라는 사실을 교차 확인한 뒤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배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지난해 6월 출국한 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리조트·골프장을 넘나들며 1년 넘게 도피 중이다. 그는 KH그룹 계열사에 400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와 650억 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베트남으로 가족을 불러 요트 파티를 벌이는 등 ‘황제 도피’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처를 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음은 C씨와의 일문일답.

전남 영광군 염산면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선산에 서 있는 배씨에 대한 공덕비(功德碑). 공덕비에는 KH그룹의 계열사들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석경민 기자

전남 영광군 염산면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선산에 서 있는 배씨에 대한 공덕비(功德碑). 공덕비에는 KH그룹의 계열사들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석경민 기자

배 회장이 1년 넘게 해외 도피 중이다

우리는 ‘정권범죄’라는 표현을 쓴다. 정부에서 찍은 범죄자라는 뜻이다. 배 회장이 '정권범죄자'가 된 것인데, 귀국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정치권과 연결된 범죄는 하나도 없다

이와 관련해 김한균 영광군의회 부의장은 8월 기자에게 “사건 초기엔 (배 회장이) 고향 친구들 몇한테 연락을 좀 한 것으로 안다”며 “‘내(배상윤)가 (한국) 들어가 조사 받아도 6개월 살다 나오면 될 것 같은데 여러 주변 사람들 고생 시키진 않겠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시선이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사람이 있듯, 친구 따라 잘못된 길로 빠지는 사람도 있다. 배 회장 역시 한때 그랬던 것뿐, 사실 조폭 축에도 못 낀다. 지금은 조폭과 전혀 관계가 없다. 언론이 자꾸 조폭 이미지를 부추기면 KH 투자자와 직원들이 손해를 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는

(※배 회장은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해준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이재명이라는 인물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도 아는 게 없다고 하더라.

배 회장과 소통은
배 회장은 회사 경영진과 소통을 하고 있다. 여전히 KH그룹의 주요 결정을 하고 있다. 오너의 승인이 필요한 주요 사업은 배 회장이 있는 해외에서 이루어진다.
어디에 있나
범죄인 인도 협력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미국을 제외하고 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안다. 적색수배가 됐지만, 돌아다닐 방법은 많다.

배 회장은 과거에 조폭 세계에 몸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2년 인수한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리조트를 비롯해 전자·건설·엔터테인먼트 등 자산 4조원 대 40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2019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을 인수해 한때 보유하기도 했다.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배 회장이 계열사에 40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포착, 추적하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21년 6월 알펜시아 리조트를 KH그룹 계열사에 7115억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경쟁 입찰에 참여한 기업 두 곳이 모두 KH그룹 계열사로 드러나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배 회장은 650억 원대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 투자·도박 등에 사용한 횡령 혐의 등도 받는다.

당당하다면 수사에 응하면 되지 않겠나
걸려있는 혐의는 크게 배임과 횡령, 알펜시아 인수 당시 담합, 대북송금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등이다. 이 중에 배임과 횡령은 어느 정도 처벌을 감수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알펜시아 인수는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강원도가 매각을 시도했는데 매번 유찰된 걸 우리가 사 온 거다. 담합 입찰은 좀 억울한 상황이다. 대북송금 의혹 역시 배 회장은 당사자가 아니다.
김성태(구속) 전 쌍방울 회장과 경제공동체로 지목돼있는데

(※김성태 전 회장은 2019년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두 8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한에 전달한 혐의로 올 2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문제의 돈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 추진을 위해 북한 쪽의 요구를 받고 보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아시다시피 김성태 전 회장과 돈거래가 있었던 건 맞는다. 그런데 대북사업에선 사실 한 발자국 떨어져 있다. 대북 송금 관련해선 김성태 전 회장과 금전적 관계가 있을 뿐, 배 회장은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다

(※배 회장은 김 전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할 당시 공범이었고, 함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후 KH그룹과 쌍방울은 서로 전환사채(CB)를 인수해주고 올해 4월 쌍용차 인수전에 함께 뛰어드는 등 금전적으로도 엮여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왼쪽)과 배상윤 KH 그룹 회장. 경제적 공동체로 불리는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혹에 연루돼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왼쪽)과 배상윤 KH 그룹 회장. 경제적 공동체로 불리는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혹에 연루돼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귀국 의사는
배 회장이 본인의 경영 계획대로 움직일 것이다. 당장 들어오겠나. 다만 그룹을 좀 정리하고 각 계열사가 정상 운영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옥중 경영을 할 수 있으니까 그때 들어올 수도 있다.
KH그룹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던데
지금 5개 주력 계열사가 전부 주식 거래정지 상태다. 배 회장과 경영진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랜하얏트 호텔 매각 자금을 계열사에 투자해 계열사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결할 것이다. 하얏트뿐 아니라 다른 자산도 현금화시켜서 계열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구조조정 노력도 하고 있다. 

취재진은 C씨에게 "직접 배 회장을 해외에게 직접 만날 수 있게 주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C씨는 "배 회장이 언론과의 접촉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현 정부에서 본인을 어떻게든 조폭 출신으로 몰고 이재명 대표와 엮어 수사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의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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