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한쪽에서 장작불이 타올랐다. 주위에 앉은 10여 명의 남성은 말없이 불을 바라봤다. 50대 중반의 한 남성이 침묵을 깼다.
난 이제 건달 아니여. 진짜로 사업가고 기업인이여.
배상윤(56) KH그룹 회장이다. 2022년 여름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전남 영광 출신인 그는 고향 친구들을 경기도 포천에 있는 KH그룹 연수원으로 초대해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배 회장의 KH그룹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것을 자축하는 모임이었다. 친구들은 영광굴비·모시송편 같은 고향 특산물을 배 회장에게 줄 ‘선물’로 싸 들고 왔다. 배 회장은 친구들과 ‘불멍’을 즐기는 자체로 행복한 표정이었다.
지난 3일 영광군 법성면의 식당 등지에서 만난 배 회장의 친구들은 취재진에게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2023 조폭의 세계’ 취재팀이 그의 고향 영광을 찾은 이유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등 조폭 전담 부서의 주요 수사 대상인 배 회장의 행적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