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 카드 발행 일시2023.08.29

구석진 룸의 문을 열자 무거운 공기가 몸을 덮쳤다. 양주와 몇 가지 마른안주가 놓인 테이블, 그 주위로 검은 양복의 조폭 10명이 둘러앉았다. 광주 충장OB파 조직원이던 이현수(53·이하 존칭 생략)씨의 1년 위 ‘형들’이었다.

“우리 현수 기다리다 눈알이 빠져불 것다. 형님들보다 늦게 다녀도 되버리냐.”

이현수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으로 불려간 건 2010년 봄. 마흔이 됐을 때다. 평소와 다르게 비아냥거리는 투의 인사말을 들을 때부터 뭔가 좋지 않은 조짐을 느꼈다.

“현수야. 이제 너는 조직에서 손을 떼라. 우리도 형 노릇 해야 하지 않겄냐. 너 없이도 우리가 알아서 잘 할테니께.”

퇴출 통보였다. 웃는 낯으로 던진 얘기지만, 눈가 주름은 힘을 주는 듯 떨렸다. 10명이 모인 자리이니 거부할 수 없는 협박이었다. 대들기에는 형들의 세력이 예전보다 너무 컸다. 억울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이현수는 14세부터 조직에 몸을 담았다. 몸집도 크고, 배짱과 ‘깡’도 있어서 ‘에이스’로 꼽혔다. 보스들은 다른 조직원보다 나이가 어린 이현수를 먼저 찾아 일을 시켰다.

‘사업 수완’이 좋아 돈도 곧잘 끌어모았다. 불법 오락실·카지노바가 서울 강남 일대를 휩쓸던 2000년대 초반, 이현수는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불법 카지노바를 차렸다. 들쭉날쭉했지만, 매달 20억원대의 거액을 만졌다고 한다. 하루 수천만원을 술값으로 탕진하며 사치를 누렸다. 돈을 잘 벌고, 잘 쓰니 ‘힘’도 세졌다.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형들을 좀 무시했어요. 형들이랑 회식을 하면 선심 쓰듯 돈을 내고 일찍 자리를 떴습니다. 고까웠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