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단식 중단하고 여권도 진정성 있게 대화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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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을 만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을 만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야당, 무리한 요구 대신 출구전략 찾아야

여당도 직접 찾아 중단 권유 도량 보이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째 단식 중이다. 건강이 많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주말에 의원총회를 열고 만류했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대표는 건강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전에 단식을 중단하기 바란다.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1 야당 대표의 생명이 자칫 위급해지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겠다”고 단식에 나선 이 대표는 여권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는데 어떻게 물러서느냐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결의한 내용 중에는 무리한 사안들이 담겨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이나 내각 총사퇴 요구 등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불법을 저지른 검사에 대해 탄핵 절차를 추진키로 한 것도 향후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견제하는 용도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당초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건강이 극도로 악화할 경우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스스로 정정당당하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제 단식은 그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는 동안 여권이 보인 태도 역시 부적절했다. 대통령실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데 이어 국민의힘에선 조롱하는 반응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단식 투쟁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3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일 당시 여당인 민정당 사무총장이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의 단식 중단 촉구 의사를 전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0년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요구 단식 때는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가 직접 방문했다. 2003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 때도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찾아가는 등 야당 지도자의 단식에 여권이 위로하는 모양새를 갖췄었다.

지금이라도 여권은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면서 진정성 있게 대화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여야 대표회담을 열자면서 단식 중단을 재차 요청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의사를 전하는 게 여당 대표로서의 도량이다. 대통령실 역시 야당을 성공적인 국정 운영에 필요한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는 결국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대립과 협량의 정치에 질린 유권자의 심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