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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파리 개선문에서 따왔다, 이 클래식 가방의 탄생 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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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명품 브랜드의 ‘클래식 백’은 해당 브랜드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계절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이른바 ‘시즌 백’과 달리 트렌드를 반영하기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1970년대 아카이브에서 탄생 #클래식·현대성의 절묘한 조화 #에디 슬리먼 특유 실루엣 반영

프랑스 패션 브랜드 셀린느의 트리옹프 백은 지난 2018년 탄생한 비교적 신생 제품이지만, 셀린느 스타일의 정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셀린느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고스란히 표현된 제품이라는 점에서다.

1970년대 브랜드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트리옹프 문양을 전면에 내세운 '트리옹프 백'. [사진 셀린느]

1970년대 브랜드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트리옹프 문양을 전면에 내세운 '트리옹프 백'. [사진 셀린느]

아카이브를 살피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하이엔드 패션하우스의 강점은 풍성한 ‘아카이브(archive·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카이브에는 브랜드가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역사가 기록되어 있고, 그 가운데 언제나 변하지 않는 가치 또한 기록되어 있다. 브랜드에 새 숨결을 불어넣을 때마다 이런 과거의 아카이브는 훌륭한 교본이자, 지침서가 된다.

지난 2018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합류하면서 셀린느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에디 슬리먼은 합류 직후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면밀히 살폈고, 1970년대의 셀린느에 주목했다. 1970년대는 셀린느의 ‘황금시대’로 불리던 시기다.

1945년 아동용 맞춤형 신발 매장을 시작으로 브랜드를 창립한 셀린느 비피아나는 1960년대 들어 가죽 제품을 여성 신발로 확장했다. 최초의 셀린느 여성 구두 컬렉션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재키 케네디와 오드리 햅번 등 당대 패션 아이콘들을 통해 명성을 더해갔다.

셀린느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 고품질의 소재, 절제된 우아함은 1969년 발표된 최초의 여성 기성복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때부터 고급스러움과 현대성의 절묘한 조화는 셀린느의 중요한 정체성이자 브랜드를 상징하는 가치가 됐다.

트리옹프 백은 과거의 아카이브에 기반을 두고,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 특유의 현대적 실루엣을 더해 완성됐다. [사진 셀린느]

트리옹프 백은 과거의 아카이브에 기반을 두고,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 특유의 현대적 실루엣을 더해 완성됐다. [사진 셀린느]

‘트리옹프’의 탄생

파리 개선문의 장식에서 영감 받은 체인 모양의 브랜드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비피아나가 파리 에투알 광장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로 차에서 내렸다가, 개선문 주변을 에워싼 사슬 고리에서 문자 ‘C’ 두 개를 뒤집어 맞닿게 한 모양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 데
서 착안했다.

당시 특별한 이름이 없었던 해당 문양은 현대에 들어 에디 슬리먼에 의해 ‘트리옹프(Triomphe·개선)’라는 새로운 명칭을 갖게 된다. 브랜드의 상징적 로고가 에디 슬리먼에 의해 재해석 된 것이다. 이름에는 비피아나를 향한 존경의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이후, 에디 슬리먼은 이 특별한 문양의 잠금 장치를 가방에 달았고, 가방에도 역시 ‘트리옹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파리 개선문 주변을 에워싼 사슬 고리에서 문자 'C' 두 개가 맞닿아 있는 모습에서 착안한 트리옹프 문양. [사진 셀린느]

파리 개선문 주변을 에워싼 사슬 고리에서 문자 'C' 두 개가 맞닿아 있는 모습에서 착안한 트리옹프 문양. [사진 셀린느]

가방에 담긴 미학적 코드

에디 슬리먼이 2018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트리옹프 백은 브랜드 초기부터 지금까지 셀린느가 쌓아온 미학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브랜드가 탄생한 도시, 파리의 세련된 감각을 담았을 뿐 아니라 시간을 초월해 통하는 고전적 매력과 현대적 감성을 조화롭게 반영한다.

특히 트리옹프 백의 전면에 달린 금장 하드웨어는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이다. 대담한 크기와 디자인을 지닌 금장 장식으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무게감 있는 가죽 가방에 개성을 더한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방에 고전적인 느낌의 금장 장식을 달아 개성을 더했다. 수납과 어깨끈 등 실용성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사진 셀린느]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방에 고전적인 느낌의 금장 장식을 달아 개성을 더했다. 수납과 어깨끈 등 실용성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사진 셀린느]

가죽 액세서리에서 출발한 브랜드답게 트리옹프 백은 엄격한 제작 과정을 거친다. 광택감과 투명도가 균형을 이루는 최고급 가죽 소재를 엄선, 셀린느의 가죽 장인들이 전통 방식을 고수해작업한다. 트리옹프 백은 블랙 새틴 카프 스킨(송아지 가죽) 및 내추럴 탠 카프 스킨 등으로 선보인다.

실용성은 셀린느의 디자인 미학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트리옹프백 역시 매일 사용해도 좋을 만큼 적당한 크기에 아코디언 형태로 넓게 펼쳐지는 내부 지퍼 포켓 등을 갖췄다. 덕분에 여성들의 소지품을 수납할 만한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메탈 프레임을 통해 길이 조절이 가능한 어깨끈은 편리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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