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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라이프톡

역사는 돌고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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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내 로켓조립 시험동을 시찰하면서 현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내 로켓조립 시험동을 시찰하면서 현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 속지말고, 일본놈 일어나고, 되놈들(중국) 돌아온다, 조선사람 조심해라.'

해방직후 만들어진 도참(예언)성 유행어로 추정된다. 어려서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얘기인데 지금도 생생한 것은, 70여년전 도참이 현실로 확인된다는 신통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과 푸틴 정상회담은 오래된 도참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는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키 플레이어(Key Player)' 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에서 소련으로, 다시 러시아로 국명은 바뀌었고, 국제적 위상은 부침을 거듭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한 4대 강국이다.
러시아는 조선말인 1896년 고종이 정동 러시아공사관으로 들어간 '아관파천'  당시 최강의 존재감을 보였다. 그러다 1904년 러일전쟁 패배로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1945년 소련이란 이름으로 재등장해 한반도 북쪽을 접수하고 한국전쟁을 사주했다.
남한 입장에서 철천지 원수였던 소련은 1990년 수교로 갑자기 절친이 되었다. 이듬해 러시아로 이름을 바꾸고 더 친근해졌다. 볼쇼이 공연마다 관객이 미어터졌다. 러시아는 탱크와 유도탄까지 한국에 넘기는 군사기술협력(불곰사업)을 자원했다. 미국도 알려주지 않는 우주로켓 핵심 엔진기술을 넘겨준 곳도 러시아다. 덕분에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남한은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 러시아는 북한 손을 잡았다. 4대 강국은 그대로인데, 역사의 수레바퀴가 한바퀴 돌아 다시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조선사람은 조심해야 한다.